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인 크렘린궁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누구의 소행인지를 두고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을 지목하고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러시아의 자작극 가능성을 의심하지만, 양쪽 모두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누구의 소행이든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공격 명분으로 쓰일 공산이 크다. 러시아는 이미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으로 규정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이달 9일 러시아 전승절에 맞춰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고 있던 터에 크렘린궁 드론 사건이 불을 붙였다.
5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미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3일 새벽 크렘린궁으로 드론을 날린 건 우크라이나이며, 미국이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 즉 상황을 유리하게 풀어가기 위한 자작극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민에 대한 정체불명의 공격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활용하는 데 능하다. 큰 인기가 없는 정치인이었던 푸틴이 2000년 대통령에 당선된 배경에도 '가짜 깃발'이 있었다. 1999년 9월 모스크바 아파트 등에 발생한 폭탄 테러 사건으로 300명가량이 사망했다. 당시 병석에 있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업무를 대행하던 푸틴 총리는 사건 수습을 진두지휘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이듬해 대통령이 됐다. 이후 '"폭발물 설치 배후가 푸틴"이란 증거가 제시됐으나, 흐지부지됐다.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 대공세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서방 국가에서 무기를 지속 공급받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물자 부족에 허덕이는 러시아가 '핵 무기 카드'를 꺼내 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다만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은 4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핵 무기 사용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평가했다. "군수품, 인력 부족으로 공세를 크게 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크렘린궁이 "보복을 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고, 내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제거해야 한다"(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를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전승절에 맞춰 대반격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서, 이에 맞춰 보복을 준비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