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로써 금호가(家) 2세 경영은 막을 내리고 3세 경영체제로 들어선다.
4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박 회장은 전날 경영진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일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 회장은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수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형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며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었던 인물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유동성 위기로 2009년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금호가는 두 형제의 갈등으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로 쪼개졌으며 이후로도 상표권 맞소송을 벌이는 등 수년간 대립했다. 금호석화는 2012년 채권은행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졸업했고, 2016년 8월 아시아나항공 이사진과 박삼구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대법원 판결이 박 회장의 용퇴 결정을 앞당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 확정했다. 이후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박 회장은 법무부가 취업 승인을 해주지 않자 취업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등으로 맞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된 상태로 머무르게 됐다.
박 회장이 물러나며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45) 사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사장은 2007년 금호타이어에 입사, 2010년 금호석화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 6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1년 반 만인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장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