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문 "죄 짓지 말자고만 했다"... 친형 강요미수 혐의 부인

입력
2023.05.03 16:20
조현준 회장, 2017년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
요구 들어주지 않으면 비리 고발하겠다 협박
조현문 "죄 짓지 말자고 말한 게 죄가 되나"

경영 비위를 폭로하겠다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3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공갈미수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도 법정에 출석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친형인 조 회장의 비리 의혹을 검찰에 무더기 고발하면서 이른바 '효성 형제의 난'을 일으켰고, 조 회장도 2017년 조 전 부사장을 공갈미수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맞불을 놨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가 2013년 효성그룹을 떠났다. 조 전 부사장은 당시 사임을 결심한 뒤 조 회장 측에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비리 자료를 들고 서초동으로 가겠다"는 등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던 박 전 대표는 "비상장주식 고가 매수를 조건으로 내걸자"는 내용으로 박 전 부사장과 모의했고, 계획이 성공할 경우 조 전 부사장이 박 전 대표에게 거액의 보수를 주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날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검찰 공소사실은 전부 사실이 아니고 분명히 인정할 수 없다"며 "2013년 2월과 7월쯤 있었던 사건이기 때문에 공소시효도 한참 지났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퇴사 후 자신이 회사 성장의 주역이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조 회장을 협박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대리인을 통해 사임 의사를 전달했고 후속 조치로 보도자료 배포를 요청했을 뿐 그 과정에서 협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효성을 투명한 기업으로 만들고자 했던 제 노력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억지 사건으로 돌아오니 참으로 참담한 심경"이라며 "조현준 회장과 효성은 비리와 부정을 은폐하기 위해 십수년간 저를 음해하고 핍박해왔으며, 이번 고소는 저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형에게) 죄 짓지 말자고 얘기한 것밖에 없는데 그게 죄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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