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못 멈춰도 '저항 역사' 남으리" 노동절 프랑스는 시위로 끓었다

입력
2023.05.02 19:00
연례행사 노동절 시위… '마크롱 분노' 인파 
"폭력시위 약 540명 체포"… '엄단' 예고도

노동절인 1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집회가 열렸다.

노동절 집회는 연례행사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개혁에 대한 불만으로 여느 때보다 열기가 고조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달 '연금 수급 연령인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바꾼다'는 내용의 법을 끝내 공포한 뒤 노동조합과 시민들은 "노동절에 분노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별러 왔다.

시위로 연금개혁을 좌초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굳건한 데다, 올해 9월 법 시행 전 제동을 걸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정부 "78만명 참석"… '연금개혁 막긴 어렵다' 한숨도

프랑스 언론 AFP통신과 르몽드 등에 따르면, 수도 파리를 비롯해 300곳이 넘는 지역에서 연금개혁 반대 13차 시위가 열렸다. 노동절 집회에 민주노동연맹(CFDT), 노동총연맹(CGT) 등 주요 8개 노조가 모두 참여한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내무부는 참가 인원을 78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노조 측은 230만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노동절 집회 때보다 7~10배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로랑 베르거 CFDT 위원장은 "시위 참여율이 매우 높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을 추진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시위장을 뒤덮었다. 보르도 집회에 참석한 베노잇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군주제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극좌 성향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장 뤽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 사퇴' 슬로건은 대중의 욕망이자 희망이 됐다"고 파리 집회에서 외쳤다.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연금개혁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다. 르몽드에 따르면 파리 시위에 나선 마리엔은 "시위가 계속돼야 한다"면서도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정부가 연금개혁을 철회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저항하는 행동 자체에서 의미를 찾았다. 마리 클로드는 "시위를 통해 '시민들이 권력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며 "나중에 정부가 사회보장제도 등을 바꾸려 할 때 (지금의 시위가)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 방화·폭행... 정부 "폭력, 용납 못 해"

일부 시위대는 극단적 행태를 보였다. 은행, 상점, 차량, 자전거 등에 불을 지르고, 호텔 등 건물에 페인트를 난사했다. 경찰을 향해 화염병, 폭죽 등을 던지며 위협해 경찰이 최루가스를 분사해 진압하기도 했다.

정부는 폭력 시위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혔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로웠지만, 파리 등에 아주 폭력적인 이들이 있었다"고 비난했다. 전국에서 약 540명이 체포됐고 경찰 400여 명이 다쳤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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