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재무장관이 7년 만에 공식 회담을 재개했다. 한국 측은 조속한 교류 정상화를, 일본 측은 지정학적 위협인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처를 각각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인천 송도에서 한일 재무장관 회담을 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12년 만에 한일 정상 간의 셔틀 외교가 복원됐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G7 재무장관 회의에 일본이 한국을 초청하는 등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수출 규제 정상화, 항공편 증편, 산업계 교류 재개 등 양국 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일본 측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이 조속히 완료되기를 희망한다”며 “항공편 추가 증편, 고교생ㆍ유학생 등 미래세대 교류 등을 통한 양국 인적 교류 회복, 민간과 정부 차원의 대화 채널 복구와 확대를 보다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ㆍ배터리 등 첨단산업, 양자ㆍ우주ㆍ바이오 등 신산업, 글로벌 수주 시장 공동 진출, 저출산ㆍ고령화 및 기후변화 등 미래 대응처럼 공동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민간ㆍ정부 차원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에 대해서도 재무당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강조점은 달랐다. 그는 “한일 양국은 세계 경제와 지역ㆍ국제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특히 지정학적 과제인 북의 핵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고, 그런 만큼 양국이 협력해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먼저 피력했다.
그런 뒤 “이런 지정학적 문제뿐 아니라 지금 추 장관이 말한 인적 교류, 과학 기술 과제 협력, 국제 협력 문제도 있다”고 부연했다.
냉랭하던 두 나라 사이 분위기가 바뀐 데 대해 두 장관 모두 반색했다. 추 부총리는 “한일 재무당국 간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양국 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해 온 전통이 있다”며 “여러 과제를 중재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양국 재무당국이 경험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지속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스즈키 장관도 “과거 추 장관과 많이 만났는데 항상 인사만 하다가 4월 13일 내 생일에 워싱턴에서 천천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을 때 정말 기뻤다”며 “7년 만에 회의가 재개된 만큼 앞으로 많은 교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부대 행사인 한일 재무장관 양자 회담은 2016년 유일호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마지막으로 회담장에서 만난 뒤 근 7년 만에 다시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