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십 폭발로 환경 파괴"… 발사 허가한 미 FAA 고발됐다

입력
2023.05.02 08:10
생물다양성센터 등 5개 단체, 소송 제기
"환경영향평가 더 면밀히 했어야" 주장

미국 환경단체들이 스페이스X의 화성행 우주선 '스타십'의 상공 폭발과 관련해 미 연방항공청(FAA)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스타십이 폭발하면서 주변 환경 파괴를 초래한 만큼, 발사 허가를 내 준 FAA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1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센터와 미국조류보호협회 등 5개 단체는 이날 "포괄적인 환경 영향에 대한 검토 없이 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 발사를 허가한 것은 국가환경정책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FAA를 고발하는 소장을 워싱턴연방법원에 제출했다. 제러드 마골리스 생물다양성센터 수석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우주 비행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별을 향해 나아가더라도 지구상 생명체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달 20일 달·화성 탐사를 위해 개발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의 첫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미 텍사스주(州) 보카치카 해변에서 2단 로켓으로 구성된 총 120m 길이의 스타십을 쏘아 올렸으나, 이륙 후 약 4분 만에 상공에서 폭발한 것이다. 발사 주변 지역은 멸종 위기에 처한 고양잇과 오셀롯을 포함한 보호종들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미국 어류·야생동물보호국은 폭발 당시 불꽃이 인근 지상으로 떨어져 1.4㏊ 규모의 화재를 일으켰고, 산산조각이 난 기체 잔해가 보카치카 주립공원·해변과 가까운 야생동물 보호구역 인근 지역에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로켓 발사대도 폭파돼 콘크리트와 금속판 조각이 몇 ㎞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다. 환경단체들은 파편을 치우는 과정에서도 트럭이나 중장비로 인해 이 지역 야생동물들이 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번 발사가 주변 환경에 미친 정확한 영향에 대해선 관련 당국의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현재로선 환경파괴 여부나 정도를 단언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소송을 낸 단체들은 FAA가 스페이스X의 스타십 발사를 허가하기 전에 심층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FAA는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고,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결론 냈다"며 "스페이스X가 원하는 바에 따라 FAA가 훨씬 덜 면밀한 분석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스페이스X가 발사를 더 일찍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29일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스타십 발사로 인한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가 아는 한, 환경에 의미 있는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FAA 측은 이번 소송에 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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