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에 휩싸인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 개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또 폭락했다.
28일(현지시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전날보다 43.3% 폭락한 3.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런데 시간 외 거래에서 재차 40%대 폭락하면서 주가는 주당 2달러 대에 머물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올해 초만 해도 140달러를 웃돌았다. 넉달 새 주가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것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을 구하기 위해 결국 미국 정부가 개입에 나설 거란 예상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은 이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관리 준비에 나섰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금융당국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상황이 더 악화됐고, 민간 부문을 통한 구제를 추구할 시간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앞서 CNBC방송도 FDIC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파산관재인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파산한 미 실리콘밸리은행(SVB)도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로 부도 위기에 처하자 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되는 등 당국의 본격적인 관리를 받았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FDIC의 관리 체제하에 들어가게 되면, 이후 강제 매각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SVB도 곧바로 폐쇄돼 FDIC 관리 아래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건과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 등 대형은행이 퍼스트리퍼블릭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개입과 대형인수 사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앞서 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감독 실패를 인정했다. 연준은 이날 마이클 바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주도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극도로 열악했던 SVB의 관리 체계, 느슨한 정부 감독, 약화한 규제가 당시 사태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SVB 사태에 책임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보고서는 "연준은 SVB의 자산규모가 2019∼2021년 두 배 이상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유동성, 금리 리스크 관리에 있어 중대한 결함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판단은 상황이 악화하고 SVB의 안전·건전성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커졌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보고서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규칙과 감독 관행을 다루기 위한 바 부의장의 권고에 동의한다"며 "그것이 더 강력하고 탄력적인 은행 시스템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