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1분기 실적발표 현장, 주인공은 'AI' 였다

입력
2023.04.27 16:04
MS·구글·메타 1분기 실적, 시장 예상 상회
컨퍼런스콜 AI 언급 늘어... 경쟁 격화 예고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미국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일제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내놨다. 세계 경기 침체와 코로나 특수 종식으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은 콘퍼런스콜(상장사가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실적과 향후 전망을 알리는 회의)에서 인공지능(AI) 투자를 나란히 강조하며, AI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메타, 매출 상승 반전... MS·구글은 클라우드 덕 봤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는 26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3% 증가한 286억5,000만 달러(약 38조3,33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의 전망치 276억5,000만 달러를 웃돈 것이다. 메타의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한 건 지난해 1분기 이후 네 분기 만이다. 다만 분기 순이익은 57억1,000만 달러(약 7조6,390억 원)로 24% 줄었다.

1분기 매출 증가는 중국 광고주들이 견인했다고 CNBC는 전했다. 중국 정부의 봉쇄 정책 완화로 중국 내 경기가 정상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중국 기업들이 페이스북 등에 대한 광고비 지출을 대폭 늘린 덕분이다. 광고 매출 감소세가 멈춰섰다는 신호에 힘입어 이날 메타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0% 이상 폭등했다.

MS와 구글 모기업 알파벳도 전날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MS의 1분기 매출은 520억8,600만 달러(약 69조8,990억원)로 전년 대비 7% 증가했고, 알파벳 역시 697억8,700만 달러(약 93조6,500억 원)로 3% 늘었다. 두 회사 모두 클라우드(가상서버) 사업이 성장한 덕을 톡톡히 봤는데, 알파벳은 특히 클라우드 사업에서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는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에 이어 2, 3위를 달리고 있다.


메타 "몇달 내 AI 모델 출시"... 구글 "검색에 AI 곧 통합"

모처럼 나란히 실적 반등에 성공한 메타·MS·알파벳 세 기업은 콘퍼런스콜에서 하나같이 AI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25일 콘퍼런스콜에 나선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챗GPT 탑재 후 빙(검색 엔진) 다운로드가 크게 증가했다"며 AI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고 자신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30억 달러 가량을 투자한 MS는 빙과 엑셀·파워포인트 등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챗GPT 기반 AI 모델을 발빠르게 적용했다. 나델라 CEO는 이날 약 15분 동안 오픈AI를 24번 언급했고, AI는 50차례나 언급했다.

메타버스 사업에 올인하겠다는 뜻에서 2021년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꾸기까지 했던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도 이날 '메타버스' 언급엔 90초를 쓴 반면, 'AI' 언급에는 6분을 할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AI 인프라 구축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하면서 메타도 수 개월 내 생성 AI 제품을 출시할 것이며, 왓츠앱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에 AI가 적용될 것이라 전했다.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도 "구글 검색에 생성 AI를 통합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구글은 검색엔진과 AI를 통합한 서비스를 이르면 다음 달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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