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일본과의 ‘데탕트(긴장 완화)’ 분위기를 이어가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약한 고리’로 꼽히는 한일 관계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대폭 양보’를 계기로 해빙 국면에 들어선 만큼, 이를 좀 더 진전시켜 한미일 3각 동맹을 공고히 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일 관계의 완전한 개선을 촉구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왜 한일 간 긴장 완화가 미국의 전략에 결정적인가’라는 제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국빈만찬과 의회 연설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다른 미국 당국자들이 (한일) 데탕트 모멘텀을 이어갈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 해빙을 위한 더 많은 조치를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지난달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 등 윤석열 정부의 잇따른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을 “역사적인 발표”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한미일 3국 간 외교·안보 공조 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한일 관계 악화는 골칫거리였다. NYT도 “한일의 끈끈한 동맹은 워싱턴의 숙원 중 하나지만,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이 이를 막아 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경제·군사적 야심, 북한 핵 등 공동의 위협에 맞설 국가를 모으는 과정에서 동아시아 동맹국 간 외교적 화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특히 한일 관계 회복이 “아시아는 물론, 이외 지역에서도 미국의 전략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4자(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협의체 쿼드(Quad)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파트너십 확대, 반도체 동맹 ‘칩 4’ 등 다양한 형태로 인도·태평양 동맹국 간 밀착에 힘을 쏟고 있다. 한미일 공조는 이를 위한 뼈대나 다름없다는 게 NYT의 진단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한미일 관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비전의 핵심”이라며 “나와 고위급 국무부 당국자들이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기사에서 “한국의 안보와 경제 활성화에 대한 공약의 대가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해빙 조짐을 보인 한일이 협력해 보다 강력한 인도·태평양 안보를 구축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모든 동맹국이 역내 방어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길 원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맺은 양자동맹은 대만해협과 연계한 지역의 핵심 전략자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