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통과를 위해 탈당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결정하자 당 안팎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탈당 1년이 지난 만큼 복당 요건은 갖췄지만 결과적으로 '꼼수 탈당'을 자인한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점에 아무런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탓에 논란과 진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 의원이 오늘 민주당으로 복당한다"고 발표했다. 당 지도부는 전날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서 민 의원과 김홍걸 무소속 의원의 복당 안건을 논의한 데 이어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유례없는 집권세력의 몽니로 민 의원은 불가피하게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다"며 "이제는 국민과 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검수완박법의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는 "헌재 판결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일부 지적받은 것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서 "거듭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 의원은 지난해 4월 검수완박법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안건조정위원회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탈당했다.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조위에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법안을 강행처리하려 했던 탓에 꼼수 탈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간다"며 "응원해 주셔서 고맙다"고 소회를 밝혔다.
숙의과정을 생략한 이번 복당을 놓고 당 안팎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꼼수탈당, 참 부끄러운 짓인데 복당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라며 "돈 봉투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추악한 오물 뒤집어쓴 느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최악의 타이밍에 복당 요청을 허용했다"며 "초유의 사태에도 적극적인 조치가 없다. 중단된 당 혁신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이 민 의원의 복당을 먼저 요청한 '특별 복당'의 형태를 취한 것을 놓고 한탄이 나올 정도다. 수도권 소재 민주당 재선 의원은 "돈 봉투 사건으로 국민께 실망드렸는데 제대로 된 혁신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복당 문제까지 겹쳐 국민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볼지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별 복당은 자진 복당과 달리 당에서 먼저 복당을 요구했기 때문에 내년 총선 경선 과정에서 10% 감점을 피할 수 있다. 당이 앞장서 민 의원에 '꽃길'을 깔아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아무리 뻔뻔함이 민주당의 DNA라고 하더라도 이재명 방탄과 쩐당대회 모르쇠로 일관하던 민주당이 이제는 아예 상식과 양심마저도 내팽개친 모양"이라며 "민주당과 민 의원은 국민들께 사죄부터 해야 마땅하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자기 잘못에 대한 뼈저린 성찰이 민주당에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홍걸 의원은 자진 탈당한 민 의원과 달리 당에 의해 '제명'된 탓에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한번 더 거쳐야 한다. 김 의원은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부동산 등 재산을 축소 신고한 의혹으로 당 윤리감찰단에 의해 제명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서 의원직 상실(벌금 100만 원)보다 낮은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아 이날 최고위에서 복당 안건이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