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난민 신청 거부로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14개월간 노숙 생활을 해야 했던 외국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프리카인 A씨는 25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8,4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A씨는 2020년 2월 인천공항에서 "정치적 박해로 가족과 지인 등 10여 명이 살해당했다"며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A씨가 환승객에 불과해 난민 신청서를 쓸 자격이 없다며 접수를 거절했다. 입국 허가도 받지 못한 A씨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43번 게이트 앞 소파에서 지내야 했다.
A씨의 노숙은 2021년 4월 법원 판결로 끝이 났다. 국가를 상대로 "환승객에게도 난민신청권이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인천지법이 "환승구역에서 사생활의 보호·의식주·의료 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A씨 입국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인천지법은 같은 해 8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 A씨의 난민 신청을 접수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위법한 구금"이라고 결론 내렸다.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역시 "환승객에게도 난민 신청권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법무부 측 상고 포기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 측은 정부의 위법한 '공항 구금'이었다는 입장이다. 공익변호사 단체인 사단법인 두루의 이한재 변호사는 "부당하게 공항에 억류돼 끼니를 거르고 제대로 된 잠자리도 없이 노숙하는 등 최소한의 존엄성이 무시된 상태에서 1년 2개월을 견뎌야 했다"며 "(이 같은) 위법한 행정으로 한 사람이 장기간 고통받았지만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했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