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유튜버 저자 전성시대'다. 새로운 저자군을 발굴하는 데에 사력을 다하는 출판계와 디지털 매체가 아닌 다른 시장에서도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유튜버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불황 장기화로 초판을 모두 소진하기도 어려운 시장에서 기존에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 저자는 초기 판매를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유튜버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먹방 유튜버'까지 에세이 저자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해 1월 다산북스는 MZ세대의 자기계발과 경제적 자유를 다루는 유튜버 드로우앤드류의 에세이 '럭키 드로우'를 출간했다. 책은 출간 1주일 만에 10쇄를 찍었고, 대형 서점 자기계발 분야 1위에 오르며 1년 동안 약 5만 권(15쇄)이 팔렸다. 첫 책을 출간하는 저자의 경우 초판 부수(보통 1,000~3,000부)를 넘기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출판사로서도 예상치 못한 흥행이었다. 성기병 다산북스 편집자는 "당시 해당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만 봤을 때 '메가 채널'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일로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는 (젊은 세대의) 시대정신이 맞아떨어져서 큰 판매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버의 책 출간은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신호탄을 쏜 건 71세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직하여 100만 구독자를 확보한 박막례 할머니. 2019년 박 할머니와 그의 손녀 김유라 PD가 함께 집필한 에세이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위즈덤하우스 발행)'는 그해 알라딘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됐다. 다음 해에는 유튜브에서 선보인 할머니의 요리 레시피를 담은 '박막례시피(미디어창비)'까지 잇따라 출간했다.
스타성에 힘입은 유튜버 저자의 범주는 경계를 허물며 넓어지고 있다. 구독자 62만 명의 먹방 유튜버 '여수언니 정혜영'은 이달 에세이 '나의 봄날인 너에게(놀 발행)'를 출간했다. 음식을 먹으며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로 구독자를 위로했던 콘셉트를 차용해, 허기를 채워주는 따뜻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는 내용이다. 연애 유튜버들도 저자로 나섰다. 구독자 85만 명의 유튜버 김달은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빅피시 발행)'를 통해 관계의 기술을 되짚었다.
과학, 금융, 재테크 등 전문지식 유튜버는 이미 대중교양서의 단골 저자군이다. 높은 인지도뿐 아니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쉽고 재미있는 서술이 강점으로 꼽힌다. 구독자 45만 명의 생명과학 채널 '수상한 생선'은 개불, 성게, 상어 등 생물의 해부 영상과 함께 생물학적 지식을 전달한다. 전직 고교 교사였던 운영자 김준연씨는 많은 이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알려 주려 유튜버로 전향했다. 채널의 인기 영상을 재구성해 최근 '수상한 생선의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아르테 발행)'을 출간했다. 책의 추천사를 쓴 '사물궁이 잡학지식'과 '궤도' 역시 과학 교양서적을 출간한 유튜버로, 출판업계에서 유튜버는 더 이상 생소한 존재가 아니다.
한 편집자는 "지난 2, 3년간 정말 많은 편집자들이 유튜버 중에서 저자를 찾으려고 달려들었는데, 이제는 너무 많은 유튜버 책이 양산되고 있다"며 "구독자 수보다는 찐팬(진성 팬)의 '구매전환율'이 존재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최근 출간 경향을 요약했다.
유튜버라는 신생 저자군을 대거 발굴함으로써 출판 저변이 넓어질 수 있으나, 동시에 전업 작가들이 아니기에 질적 하락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편집자의 역량과 적극적 개입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이유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새로운 온라인 매체의 인기 콘텐츠를 출간하는 것은 과거 블로그 때부터 이어져 온 현상"이라면서 "다만 블로그와 달리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유튜브를 책으로 옮길 때는 완성도 높은 책을 만들려는 편집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