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이 또 한 번 칸의 초청을 받았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그이지만 한국 공식 석상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홍상수의 두문불출 행보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안기는 중이다.
홍상수의 새 영화 '물안에서'는 지난 12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극장가를 찾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물안에서'도 언론배급시사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기자간담회는 열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언론배급시사회 뒤에는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지만 홍상수의 새 작품 측은 "'물안에서'의 언론배급시사회는 상영 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상수도, 제작실장을 맡은 그의 연인 김민희도 언론배급시사회를 찾지 않았다.
지난해 개봉한 '탑'과 '소설가의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탑' 측은 언론배급시사회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영화 상영 후 기자간담회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설가의 영화' 또한 기자간담회 없이 언론배급시사회만 열었다. 지난해에도, 올해에도 영화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지만 홍상수의 입을 통해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캐스팅 비화도 듣기 어려웠다.
홍상수가 국내의 공식적인 자리를 피하기 시작한 시기는 김민희와의 열애 인정 후다. 두 사람은 2015년 개봉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통해 연인으로 발전했고 2017년 열애를 인정했다. 이들은 2017년 3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밝혔는데 두 사람의 말은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홍상수가 1985년 결혼한 유부남인 동시에 김민희보다 나이가 무려 22세 많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따가운 시선을 꿋꿋이 이겨내며 8년째 열애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에서의 공식 석상은 피해왔지만 해외 관객들은 직접 만났다. 지난 2월 프랑스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는 '홍상수 감독 전작 회고전'이 개최됐는데 김민희 홍상수는 개막작 '소설가의 영화' 상영 전 무대에 올랐다. 홍 감독은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작품을 보러 와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민희는 "오늘 영화가 여러분 가슴속에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모두 검은색 재킷을 선택해 다정한 커플의 분위기를 뽐내 더욱 시선을 모았다. '물안에서'는 지난 2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 부문에 공식 초청됐는데 이때도 홍상수는 해외 관객들을 만났다. '물안에서'가 국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에는 제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SNS를 통해 홍상수 김민희의 근황이 공개됐다. 영상 속 두 사람은 나란히 선 모습으로 다정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홍상수의 영화 '탑'은 제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한국 감독인 홍상수의 근황이 국내 공식 석상이 아닌 해외 행사를 통해 더욱 자주 전해진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홍상수의 영화 '우리의 하루'는 최근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폐막작에 초청됐다. 그에게 또 한 번 해외의 영화 마니아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 셈이다. '우리의 하루'는 김민희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칸 감독주간 집행위원장인 쥴리앙 레지는 "영화는 자연스럽게 삶의 온갖 즐거움들을 다루고 있다. 김민희가 어떻게 진정한 여배우가 되었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또한 홍상수를 '가장 위대한 현대의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홍상수와 김민희가 다시 한번 해외 영화 마니아들의 앞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해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많은 감독들이 작품을 선보인 뒤 행사를 통해 국내 관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활발한 소통에 나서곤 했다. 그러나 공개 열애를 시작한 홍상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내 공식 석상을 피하고 해외 행사에는 여러 차례 참석해 온 홍상수의 '선택과 집중'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탑'은 관객 수가 6,100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 12일 극장가를 찾은 '물안에서'는 아직 3,000 관객을 돌파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