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겨냥한 폭발물 테러가 발생한 일본 와카야마현 와카야마 1선거구에서 23일 치러진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일본유신회에 패배했다. 간사이 지역에서 일본유신회의 약진과 자민당의 퇴조 경향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이날 보궐선거가 치러진 지역은 중의원 와카야마 1선거구와 야마구치 2·4선거구, 지바 5선거구 및 참의원 오이타 선거구 등 총 5곳이다. 23일 오후 11시 현재 NHK 집계에 따르면 와카야마 1선거구에선 일본유신회의 하야시 유미(41) 후보가 자민당의 가도 히로후미(57) 후보(전 중의원 의원)을 누르고 당선이 확정됐다. 중의원 선거에 첫 출마한 하야시 후보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교육 완전 무상화’ 등을 호소했다.
일본유신회는 지난 9일 치러진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오사카 이외 지역에선 최초로 나라현 지사를 배출한 데 이어, 이웃한 지역인 와카야마현에서 중의원 의원을 당선시키면서 간사이 지역에서 또다시 세력을 확대했다. 기시다 총리를 노린 폭발물 테러가 발생해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있었으나 빗나갔다.
자민당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기시 노부오 전 방위장관 형제의 지역구였던 ‘보수 왕국’ 야마구치 2·4선거구에서만 비교적 빨리 당선자를 확정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기시 전 장관의 아들 기시 노부치세(31) 후보는 세습 논란에 휘말리며 옛 민주당 시절 방위장관을 역임한 무소속 히라오카 히데오(69)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했다.
아베 전 총리가 무려 9번 연속 당선된 야마구치 4선거구에선 아베 전 총리의 배우자 아키에 여사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요시다 신지 전 시모노세키 시의원이 입헌민주당의 아리타 요시후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승리했다. 하지만 통일교와 자민당의 유착을 비판한 아리타 후보가 이 지역에서 옛 민주당 계열 야당으로선 사상 최대인 31%를 득표함에 따라, 아베 전 총리의 마지막 득표 수인 8만 표에 크게 못 미치는 5만여표 획득에 그쳤다.
중의원 지바 5선거구와 참의원 오이타 선거구에선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다 최종적으로 자민당 후보가 신승했다.
일본에는 올해 대형 선거가 없어서 이번 선거가 2021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이번 선거 직전 5곳 중 3곳의 의원이 자민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자민당은 3곳을 유지하는 것을 승리 기준으로 삼았다. 선거 결과는 기시다 총리의 중의원 해산 시기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