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양절을 기념해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딸 주애와 함께 체육 경기를 관람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 15일)에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는 생략한 채 딸과 다른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선대 챙기기보다는 현재·미래 권력 선전에 보다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태양절에 즈음해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사이의 체육 경기 재시합이 진행됐다"며 김 위원장이 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딸 주애와 나란히 앉아 축구, 줄다리기 등을 보는 모습이 담겼다. 주애의 대외 활동이 공개된 건 이번이 12번째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행사장에 등장했다. 아내인 리설주는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권력을 잡은 뒤 태양절 당일 금수산궁전을 찾지 않은 건 2020년 이후 두 번째다. 지난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할 때여서 대외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이었던 지난 2월 16일에도 금수산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 대신, 주애와 함께 내각-국방성 간 체육 경기를 관람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죽은 권력'을 챙기는 대신 '살아있는 권력'의 업적을 띄우는 쪽으로 북한의 선전선동 전략이 변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태양절 전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현장이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준공식 현장을 방문한 모습 등을 보도했다. 두 이벤트를 통해 김 위원장의 '국방·경제건설 병진노선'을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올해 태양절만큼 김정은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기념일(4월 11일)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기념일(4월 13일)도 성대하게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