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벨파스트서 연설..."북아일랜드 정치 안정되면 미국 기업 투자도"

입력
2023.04.13 01:24
벨파스트 평화협정 25주년 기념 연설
"북아일랜드 연정 복원" 조심스레 촉구
영국 총리·북아일랜드 5개당 대표도 만나

4일간의 북아일랜드 일정을 수행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설에서 “북아일랜드 정치권에 평화와 경제적 기회는 같이 온다”며 화합을 강조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벨파스트(성금요일) 평화협정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얼스터대를 찾아 현직 정치인 등 약 400명의 청중 앞에서 연설을 가졌다. 벨파스트 협정은 '영국잔류파'와 '아일랜드 통합파'로 분열된 북아일랜드에서 30년동안 이어진 유혈사태를 봉합한 평화협정이다. 그 결과,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로 남고 인력과 물품도 자유롭게 오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자치 지역인 북아일랜드의 정치인들에게 연정 복원을 촉구했다. 현재 북아일랜드에선 의회와 정부의 부재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영국과의 통합을 내세웠던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자유롭던 무역에 차질이 생기자 항의하며 자치정부에 참여하지 않아서다.

다만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연정을 언급하며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내가 아닌 여러분이 판단할 사항이지만, 북아일랜드 의회와 정부가 빨리 복원되길 바란다”며 “친구로서, 벨파스트 평화협정으로 확립된 민주적 제도가 나라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연정이 수립될 경우, 투자와 경제 번영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아일랜드는 전례 없는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 주요 기업 수십 곳들도 투자하러 북아일랜드에 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체결한 새 브렉시트 협정인 '윈저 프레임워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두고 “(영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의 무역장벽 등) 브렉시트가 품었던 현실적 문제들을 풀었으며, 어렵게 얻어낸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높게 평가했다.

다만 현재 영국과 EU가 수정해 내놓은 윈저 프레임워크에 불만을 가진 DUP가 버티며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정치 교착상태가 계속되며 자칫하면 벨파스트 평화협정으로 이룬 안정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날 제프리 도널드슨 DUP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으로 DUP의 입장이나 북아일랜드 정치 역학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도 “예전보다 더 균형 잡힌 내용의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전 숙소 호텔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약 45분간 만났다. 수낵 총리는 이날 “북아일랜드의 경제적 기회와 투자 가능성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양국 관계는 아주 좋다”고 강조했다. 곧이어 얼스터대에서는 북아일랜드 5개 정당 대표와 차례로 회동을 가진 후, 연설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를 타고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동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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