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오는 7월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모의고사'로 치른 잠비아와의 2연전에서 모두 10골을 몰아치며 막강 화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9년 만에 국가대항전(A매치)에 나서 골 맛을 본 장신의 '노장' 공격수 박은선(36·서울시청)의 위력을 재차 확인한 무대였다.
한국 대표팀은 11일 경기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2차 평가전에서 이금민(브라이턴)의 해트트릭(3골)과 박은선의 멀티골(2골)에 힘입어 5-0 대승을 거뒀다. 지난 7일 1차전에서도 5-2로 승리한 데 이은 완승이었다. 이로써 월드컵 조별리그 모로코에 대비한 모의고사는 2연승이라는 결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뉴질랜드와의 원정 평가전(1-0) 이후 6경기 만에 무실점도 기록했다.
콜린 벨 대표팀 감독은 이날 박은선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1차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던 박은선이 제공권을 확보하며 잠비아 수비진을 꼼짝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박은선 카드'는 2차전에서도 통했다. 그는 머리와 발로 2골을 넣은 것도 모자라 이금민의 해트트릭까지 도우며 '1도움'도 올렸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밀어붙였다. 전반 3분 얻어낸 프리킥을 박은선이 찼으나 수비벽을 맞고 나왔고, 전반 5분엔 김혜리(인천 현대제철)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아쉽게 빗나갔다. 23분에도 손화연(인천 현대제철)이 빠르게 페널티박스를 돌파해 한 차례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그러다 전반 30분 장슬기(인천 현대제철)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바브라 반다에게 밀려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금민이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33분엔 박은선이 골을 추가했다. 그는 후방에서 김혜리가 올린 공을 받아 절묘하게 상대 수비라인을 뚫었고 골키퍼까지 제치며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은 한국팀의 활약 속에 2-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도 박은선과 이금민이 하모니를 이뤘다. 홍혜지(인천 현대제철)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길게 올린 공을 박은선이 머리로 떨꿨고, 이금민이 페널티 아크 우측에서 오른발 슛으로 추가골을 완성했다. 또 조소현(토트넘)의 침투패스를 받은 손화연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골키퍼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다시 한번 키커로 나선 이금민은 실수없이 해트트릭을 작렬했다. 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박은선의 고공 헤더골이 대승을 결정지었다. 아울러 박은선은 1차전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 여자축구 역대 최고령 A매치 득점 기록을 36세 107일로 재차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