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2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한미 간 금리 역전폭 확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으론 미국 역시 긴축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한 번 더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최대치인 1.5%포인트(미 금리 상단 기준)로 유지됐다. 그러나 당장 5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1.75%포인트까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큰 역전폭이다.
아직 견조한 미국 노동시장 상황이 추가 긴축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분 신규 고용은 23만6,000명 증가했다. 2월 순증치(32만6,000명)보다 줄긴 했으나 여전히 20만 명을 웃도는 높은 수준이다. 실업률도 시장 예상(3.6%)보다 낮은 3.5%를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에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선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5.0~5.25%로 0.25%포인트 끌어올릴 확률이 70%대를 기록했다.
일단 브레이크를 밟아 놓은 한은은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매우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창용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적정 수준은 없다"고 강조하지만, 학계와 시장에선 과도한 금리 차이가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국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더 높은 수익을 좇아 빠져나가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수입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다.
관건은 6월 이후다. 시장에선 미국이 5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아 금리 정점에 도달한 뒤 당분간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예상치 못한 은행 위기가 터져 나왔고, 무역적자 폭이 커지는 등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올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 상단을 5.25%로 유지하다 내년 금리인하에 돌입해 연말 4.25%까지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일단 12, 13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3월 FOMC 의사록이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짐작게 할 가늠자로 꼽힌다. 3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2% 올라 2월 기록한 6%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예상치에 부합한다면 '5월 금리 정점' 기대감은 더 커질 수 있다. 베이비스텝을 의결했던 3월 FOMC 의사록은 SVB 사태 이후 첫 회의였다는 점에서 발언 수위를 들여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