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관련 곽상도 전 국회의원과 아들 병채씨를 뇌물수수 공범으로 판단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1심 법원에서 병채씨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수십억 원대 퇴직금과 상여금 등을 곽 전 의원 뇌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데 따른 전략 수정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11일 곽 전 의원과 병채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당시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이들 회사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대장동 사업 공모 당시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아주는 대가로, 2021년 화천대유로 하여금 병채씨에게 50억 원(세후 25억 원)을 지급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곽 전 의원과 병채씨가 공모해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가장한 뇌물을 받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하나은행에 대장동 일당이 꾸린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라고 압박한 구체적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단행됐다. 당시 사업자 공모에는 성남의뜰 컨소시엄, 산업은행 컨소시엄, 메리츠증권 컨소시엄 세 곳이 참여했다. 검찰은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속해 있던 호반건설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와해하기 위해 하나은행 측에 새로운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남욱 변호사 등은 2021년 10월 검찰에서 "공모 절차 진행 중 산업은행 컨소시엄 뒤에 있던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김정태 하나은행 회장을 직접 찾아가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이 같이 대장동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하나은행에 예치돼 있는 호반건설 관련 자금을 다 빼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으로 곽 전 의원을 겨냥한 수사는 사실상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곽 전 의원을 기소한 이전 수사팀은 컨소시엄 와해 위기에 처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청탁, 하나은행 측에 영향력을 행사해준 대가로 경제적 공동체인 병채씨를 통해 뇌물을 받았다고 봤다. 검찰은 2021년 병채씨도 피고발인이자 피의자로 조사했지만, 곽 전 의원만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병채씨가 받은 성과급에 대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검찰의 입증 부족을 지적하며 곽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병채씨를 곽 전 의원과 경제적 공동체로 보기 어렵고,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도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전제한 하나은행 이탈 위기도 실제 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곽 전 의원은 이날 본보 통화에서 "나도 아들도 앞서 압수수색과 피의자 조사를 다 받았고, 검사가 아들은 공범이 아니라고 법정에서도 얘기했는데 말을 뒤집는다"고 반발했다. 이어 "달라진 사실관계나 증거도 없고 1심에서 뇌물죄도 안 된다고 판단했는데 어떻게 범죄수익이 될 수 있나"라며 "재판에서 따져야 할 문제를 다른 죄명으로 다시 수사하겠다면서 생사람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