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사교육비 찍었는데...경감 종합대책 두고 교육부 '번복'

입력
2023.04.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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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중 대책 마련→안 한다→연내 마련
개별 정책 위주 발표 및 시도교육청과 소통
"종합대책 나오기까지 시간 걸려"

지난해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로 치솟으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는데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 마련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상반기 중 내놓기로 예정한 종합대책은 연내 발표로 미뤄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10일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은 향후 시점이 정해지면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계획"이라며 "상반기에는 어렵지만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대책 발표가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내부 혼선이 지목된다. 지난달 7일 교육부는 작년 사교육비 총액이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인 26조 원으로 집계됐다며 이를 줄일 수 있는 종합대책을 상반기 중 내놓겠다고 했다. 교육부 차원 종합대책은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사교육비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9년 만이다.

이랬던 교육부는 돌연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최근 신설한 사교육대책팀을 중심으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개별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직접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종합대책을 시사했는데 불과 5일 만에 방향이 바뀐 것이다.

종합대책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약 1시간 뒤 정정됐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부담 경감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고, 종합대책은 준비되는 대로 시점을 정해 안내하겠다"고 다시 번복했다. 발표 시기는 당초 목표로 잡은 상반기가 아닌 연내로 바뀌었다. 내부에서 소통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종합대책에는 방과후 수요 공교육으로 흡수, 돌봄 강화, 학원 지도·단속 강화 등 개별 사안에 대한 대책들이 담길 예정이다. 다만 사안마다 시도교육청과 협의가 필요해 종합대책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발표 시기를 상반기에서 연내로 미룬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과 재정 투여 등으로 소통을 해야 하는데, 개별 정책을 하나하나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준비가 될 때마다 개별 정책을 발표하고 (사교육 문제를)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날도 개별 정책으로 '2023년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늘어난 예체능 분야 사교육 수요를 학교가 흡수하기 위해 528억 원을 투입, 학교스포츠클럽과 방과후 체육활동을 확대하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국가책임 교육·돌봄을 위한 늘봄학교에도 다양한 체육활동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지역 내 양질의 인적·물적 체육 자원을 연계할 예정이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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