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역술인 ‘천공’의 육군참모총장 공관 방문 등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폐쇄회로(CC)TV 분석에서 찾지 못했다고 10일 밝혔다. 다만 전체 영상을 복구한 것은 아니어서 의혹을 완전히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확보한 CCTV 분석을 마쳤는데 천공 관련 영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분석한 CCTV는 육군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에 설치된 지난해 3월 한 달치 영상이다. 천공은 대통령실 이전이 발표된 후 그달 중하순에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답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영상은 당초 보존 기한이 지나 자동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영상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는 하드디스크 존재를 경찰이 올 2월 말 확인해 한 달 넘게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복구한 영상은 4테라바이트(TB) 크기로 영화 2,000편 분량”이라며 “다 살펴봤는데 천공이 나오는 장면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 복구한 영상이 3월 전체 영상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저장 기간 때문에 영상이 덧씌워져 흐릿한 장면도 있고, 일부 시간대 영상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3월 모든 날짜의 영상이 있고, 확인하지 못한 영상은 극히 일부 시간대”라고 강조했다. 일부러 삭제하거나 조작한 정황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CCTV에 천공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핵심 참고인인 만큼 직접 소환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관련 없다”는 내용의 서면 진술서를 제출해 출석 의사가 없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경찰 관계자는 “그래도 계속 출석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천공 관저 개입 논란은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방송인 김어준씨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처음 불거졌다. 김 전 의원은 당시 “국방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3월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에 천공이 다녀갔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도 올 2월 출간한 저서에서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 등을 지난해 12월, 부 전 대변인은 2월 각각 경찰에 고발했다.
한편, 경찰은 배우 유아인(37ㆍ본명 엄홍식)과 함께 마약류를 투약한 공범의 존재를 확인하고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그를 다시 부를 방침이다. 유씨는 대마, 프로포폴, 코카인, 케타민 등 마약류 4종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7일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약 12시간 동안 투약 경위와 목적 등을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