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독서하는 것, 코로나19 견딘 힘이었죠."
코로나19 대유행은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람과 사람과의 교류를 차단했다. 독서 모임도 예외는 아니다. 책과사회연구소가 2021년 실시한 '코로나19와 읽기 생활 변화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온라인 책·독서모임은 12.9% 증가했고, 공공도서관 이용은 28% 감소했다. 독서 생활에서도 비대면 활동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대면 활동이 감소한 것.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숭례문학당에서 만난 독서리더들은 지루한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으로나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고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인문학과 예술을 공부하는 독서공동체를 표방하는 숭례문학당에는 1만5,000여 명의 회원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그중 일부는 독서 리더 양성 과정을 들으며 온·오프라인 독서 모임을 이끈다. 19명의 독서 리더들이 그간의 독서 모임 경험을 토대로 책 '일상 인문학 습관(좋은습관연구소 발행)'을 펴냈다.
학당에서는 '여성 작가의 책을 읽기', '30일 매일 읽기', '그림일기 쓰기', '청소년과 함께 읽기' 등 다채로운 주제의 독서모임이 매달 100여 개씩 연중 열린다. 나이도 하는 일도 성별도 모두 다르지만 책과 소통을 좋아해 성인은 물론 아동과 청소년까지 독서 생활을 즐기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문장을 발췌하거나 짧은 감상을 써서 온라인으로 공유한다. 새 책은 그 모든 농축된 경험을 한 권에 담았다.
"코로나19 동안은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독서 모임을 진행했어요. 위드 코로나 국면에는 목요일 저녁마다 '퇴근 후 북클럽'을 열고 있는데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책 읽고 토론해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읽으며 6년째 '새벽 독토(독서토론) 북클럽' 등을 운영하는 김승호(55)씨의 말이다.
지금은 수년 동안 독서 모임을 이끄는 베테랑 독서가이지만 책 읽기로 말미암아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는 이도 있다. 경영학 박사를 수료하고 컨설턴트로 일하다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가 된 장정윤(45)씨는 '(칼 세이건) 코스모스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어렸을 때 국어를 정말 싫어했고 책과 담 쌓고 살았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되면서 점점 세상에 제자리가 없어지고 이름이 사라지는 게 허무해지더라고요. '내가 왜 사는가' 하는 질문에 당도했고 그 답을 찾은 곳이 책이었습니다."
이날 모인 독서 리더들이 자랑하는 '함께 읽기'의 장점은 이렇다. 벽돌책을 읽을 때면 작심삼일에 그쳐 50페이지 넘기기 어렵지만 같이 읽으면 서로 독려하며 독파할 수 있다. 혼자 책을 고르면 좋아하는 주제에 갇혀 편벽된 독서에 빠지기 쉬운 반면 다른 이들과 읽을 땐 다양한 관심사를 두루 아울러 읽을 수 있다.
"모임을 진행하며 겪는 갈등 상황에 대처하며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제 나이가 52세이지만 정신 연령이 계속 자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최선화씨)"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온라인으로 모였던 독서 인구는 오프라인으로 귀환할까. 오히려 과거처럼 '오프라인 일변도'가 아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등장해 국내에 유료 독서 모임을 확산시킨 트레바리는 팬데믹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모임을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전환했지만, 동시에 온라인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유료 독서 모임 운영법에 대한 책 '독서의 온도 모임의 체온(산지니 발행)'을 쓴 김성환 북텐츠 대표는 "현재 독서 모임의 70%는 풀뿌리 형태로 도서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코로나19 초기에 과연 온라인으로 사람들이 모일까 고민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에 나올까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독서 모임이 양적으로 성장한 측면이 있는데, 이제는 온·오프라인 여부와 무료인지 유료인지를 떠나 질적인 변화를 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