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오랜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외교 수장들이 6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만나 '깜짝 화해' 이후 이행 조치 등을 논의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달 중국의 중재로 7년 만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중국 외교부와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회담한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상호 신뢰 구축과 중동의 안보, 안정, 번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협력을 활성화하기로 약속했다.
양국은 지난달 합의에 따라 내달까지 대사관·영사관을 다시 열기로 했다. 대사관은 양국의 수도에, 영사관은 각국의 이슬람 성지인 제다와 마샤드에 설치될 예정이다. 파이살 장관과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정부 관리와 민간인이 양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항공기 운영과 비자 발급 문제도 논의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트위터에 "올해부터 이란인들의 메카 성지순례(하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썼다. 무슬림은 건강과 재정 형편이 허락하는 한 평생 한 번은 하지에 참가해야 한다. 그간 이란인들에게 외교 관계가 끊긴 사우디를 방문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경제·무역·투자·기술·과학·문화·체육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양국 장관이 상대국을 방문해 후속 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현지 언론은 사우디와 관계 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양국 정상회담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모하메드 모카베르 이란 수석 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국왕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리야드로 초청했으며, 라이시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회담이 베이징에서 이뤄진 데 대해 이란 관리는 "중국의 긍정적인 역할로 양국의 화해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외무장관 회담 장소도 베이징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사우디와 이란의 제안에 따라 양국 외교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했고, 친강 외교부장이 양국 외교장관을 만났다고 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양국의 관계 개선을 환영하고 계속해서 중재자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며 "선린우호를 실현하고 중동의 안정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의 지혜와 힘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달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비밀 회담을 열어 단교 7년 만에 외교 정상화에 합의하고 2개월 이내에 상호 대사관을 재개하기로 했다. 2016년 사우디가 이란의 반대에도 시아파 유력 성직자의 사형을 집행한 사건을 계기로 양국의 외교 관계는 단절됐다. 이후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으로서, 이란은 시아파 맹주로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첨예한 갈등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