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붕괴 사고에 이어 인근 불정교와 수내교까지 이상 조짐이 보여 보행로 등이 통제됐다. 사고가 나자 분당과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1기 신도시가 있는 지자체들도 노후 교량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6일 성남시에 따르면, 분당구 정자교 붕괴 후 하류(북쪽) 방향 1.7km 떨어진 수내교와 상류(남쪽) 방향 900m 떨어진 불정교 등 2곳의 보행로 양방향을 통제하고 있다. 난간이 기울고 도로가 침하됐다는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두 교량은 정자교와 마찬가지로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1990년대 초 건설됐다. 붕괴한 정자교는 2021년 5월 C등급을 받았다가 바닥 판 보수 등을 거쳐 같은 해 정기안전점검에서 B등급이 됐다. 불정교와 수내교는 2021년 5월 정밀안전점검에서 각각 B등급과 C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7일까지 불정교·수내교 보행로에 대해 안전점검을 한 뒤 이상이 없을 경우 보행로 통행을 재개할 예정이다. 시는 이와 별개로 탄천을 가로지르는 24개 모든 교량을 포함해 시내 전체 211개 교량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안전점검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분당신도시와 함께 조성된 1기 신도시가 있는 안양시와 고양시 등도 교량 점검에 나섰다.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시는 1993년 건설된 비산인도교, 내비산교, 수촌교, 학운교 등 4개 교량에 대해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해 점검에서 학운교는 B등급을 받았지만 남은 3개 교량은 C등급을 받았다. 고양시도 일산신도시 내 30년 이상 된 18개 교량(대부분 B, C 등급)을 점검하기로 했다.
경찰은 정자교 붕괴 원인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은 전날 오후 분당구청의 교량관리 업무 담당자 2명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해 이뤄진 정기안전점검에서 정자교에 대해 '양호' 판정을 내린 과정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전점검과 보수공사를 맡은 공사업체 관계자도 소환할 방침이며, 소방당국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정자교 붕괴 지점에 대한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특히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이 대상이지만, 중대시민재해법은 지자체가 대상이다. 이 법이 적용되면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의 원인으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할 때 적용된다.
전날 붕괴사고로 숨진 여성은 당시 정자역 인근에 있는 미용실로 출근하다가 변을 당했다. 20년 경력의 미용사인 이 여성은 서울 강남 헤이숍에서 일하다가 3년 전 자신의 가게를 오픈해 운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지난해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는데도 무너진 것은 관리 소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것을 못 챙긴 부분에 대해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