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호흡하며 세계로 날아오르는 한국 발레를 만들겠습니다."
국립발레단이 세계적 수준의 도약을 위해 해외 공연과 현존 최고 안무가로 꼽히는 존 노이마이어의 공연권 확보를 추진한다. 2014년부터 9년간 발레단을 이끌어 온 강수진 단장 겸 예술감독은 재임명돼 첫 국립예술단체 4연임 수장이 된 지난 5일 '세계로 날아오르는 K발레'라는 주제의 비전을 발표했다.
국립발레단은 우선 국립발레단만의 레퍼토리 확보 차원에서 자체 개발 레퍼토리 '해적'을 유럽·북미 7개국에서 선보인다. '해적'은 영국 시인 바이런의 동명 서사시를 바탕으로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가 안무한 고전 발레 작품이다. 이를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이자 안무가인 송정빈이 재창작한 국립발레단 재안무 버전의 '해적'은 2020년 초연됐다. 국립발레단은 다음 달 100년 역사의 독일 비스바덴 5월 음악 페스티벌 공식 초청 공연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스위스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북미 등에서 '해적'을 공연할 계획이다.
8월에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인 존 노이마이어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내한해 국립발레단과의 협업을 논의한다. 강 단장의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 무용수 시절 대표작인 '카멜리아 레이디'의 안무가이기도 한 노이마이어는 무용수와 발레단의 역량을 직접 보고 영감을 받아야만 배역을 맡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발레단은 이날 12~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돈키호테'를 설명하는 자리를 함께 가졌다. '국립발레단만의 레퍼토리 확보'라는 비전과 맞닿아 있는 신작이다.
세르반테스의 동명 소설을 1869년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초연한 '돈키호테'는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고전 명작 발레다. 소설과 달리 발레에서는 젊은 남녀 키트리와 바질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송정빈 안무가의 재안무 버전인 이번 공연은 작품의 핵심 서사는 유지하되 원작에서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캐릭터 돈키호테의 비중을 늘렸다. 프티파 버전의 '돈키호테'는 나이가 들어 제대로 된 춤도 추지 못하지만 송 안무가는 2막에 늙은 돈키호테가 꾸는 꿈을 그린 '드림 신'을 새롭게 바꿔 젊은 시절의 돈키호테가 둘시네아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으로 재탄생시켰다.
송 안무가는 "늙은 몸으로 마임 정도밖에 하지 않는 돈키호테가 젊은 시절로 돌아가 둘시네아와 아름다운 파드되(2인무)를 추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스페인 풍의 화려하고 정열적인 춤과 의상,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솔로’, 바질과 키트리의 결혼식에서 펼쳐지는 그랑 파드되(2인무) 등 원작의 매력은 그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