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시 한국에서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시즌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대상(Race to Costa del Sol)과 신인상(Rookie of the Year)을 한꺼번에 거머쥔 유럽 여자골프의 ‘새로운 강자’ 린 그랜트(23·스웨덴)가 13일부터 열리는 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KLPGA나 대회 주최 측의 초청이 아닌 그랜트 스스로가 원해 이뤄진 대회 출전이다. 전 시즌 LET 투어 상금순위 3위까지는 KLPGA 투어 자동 출전권이 주어진다. 그랜트는 지난 시즌 LET 상금 순위 2위에 올랐다.
지난해 3월 조버그 레이디스 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그랜트는 한 시즌 동안 4승을 수확했다. 17개 대회에서 14차례나 톱10에 오르는 등 독보적인 활약을 선보인 그랜트는 세계 랭킹 22위에 오르며 유럽 여자 골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그랜트는 3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KLPGA 투어 대회 출전 이유에 대해 “LET가 7주간의 휴식기를 갖는데, 경기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KLPGA 투어 대회 참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3일부터 나흘간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리는 내륙 개막전인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등 KLPGA 투어 2개 대회만 출전한다.
그랜트가 미국과 일본이 아닌 KLPGA 투어에 출전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마추어 시절 한 차례 출전했던 국내 대회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이다. 2018년 6월 열린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해 컷 통과 후 최종 65위에 올랐던 그랜트는 “당시 뛰어난 선수들과 수준 높은 대회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도 국내 골프 코스에서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10월 강원 원주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공동 8위에 올랐다. 그랜트는 “한국에서 경기한 모든 것이 정말 즐거웠다”며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경기를 하는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랜트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다. 지난해 남녀 혼성으로 열린 DP월드투어와 LET 공동 주관 볼보카 스칸디나비안믹스드에서 정상에 올랐다.
남녀 티잉 구역 위치가 달라 여자 선수들의 코스 전장이 더 짧긴 했지만 러프와 그린 경도, 스피드 등 이외의 조건은 같다. 남자 선수들이 경기하는 딱딱한 그린에서 여성이 적응하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랜트는 나흘 동안 24언더파 264타를 기록해 2위인 헨릭 스텐손(스웨덴ㆍ15언더파)을 무려 9타차로 꺾었다. 이는 DP월드투어 사상 최대 격차 우승 기록이기도 하다. 그랜트는 “남녀가 함께 출전해 겨루는 대회 방식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대회 중 하나인데, 우승까지 하게 돼 정말 좋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여자 골프를 인식하고, 여자 골프가 더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랜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까지 3대가 골프 선수 출신인 뼈대 있는 '골퍼 가문'이다. 그의 할아버지 제임스 그랜트는 스웨덴의 헬싱보리로 이주한 스코틀랜드 출신 프로 골프 선수였다. 아버지인 존 그랜트도 스웨덴 골프 투어에서 뛰었고 스웨덴 시니어 투어에서 7승을 거뒀다.
그랜트는 자신의 장기와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장타자이고, 경기 내내 창의적이며, 공격적이고 경쟁심도 강하다”라고 소개했다. 그랜트는 지난해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268.15야드(약 245.2m)에 달했다. 그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세계 랭킹 5위 안에 들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라면서 “LPGA 투어에도 출전해 꾸준하게 60위 안에 들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