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범죄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기소 인부 절차'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4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플로리다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기소 후 오히려 공화당 내 지지율 선두와 후원금 흥행 가도를 달리는 그는 이번 사건을 내년 11월 대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2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4일 저녁 "트럼프가 본인 소유의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그가 4일 오후 2시쯤 뉴욕 맨해튼 법원에 출두해 기소 인부 절차에 임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와 종합하면, 법원 출석 후 다시 마러라고로 돌아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세몰이'에 나서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소 인부 절차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공소사실 인정 여부에 답하는 과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완전한 무죄'를 주장할 게 확실시된다. 이에 앞서 맨해튼 검찰청에선 비공개 상태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찍는 등 일반 형사 범죄 용의자가 밟는 절차에도 임해야 한다.
검찰·법원 출석을 마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러라고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이미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를 정치적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AP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대서특필되면서, 다시 돌아온 언론의 관심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도 이번 사건이 지지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본다. 기소 이후 500만 달러(약 65억 원) 이상의 후원금이 쏟아졌다. 그의 변호인 조 타코피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최대한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명을 내고 "정치적 박해" "마녀사냥" 등의 표현으로 거세게 반발했다는 점에 비춰, 4일 연설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해 "자신에 대한 정치적 박해와 선거 조작을 위해 (맨해튼 검찰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법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무기화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법원이 그에게 특정 문제에 대한 발언 금지 명령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석을 앞두고 뉴욕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그는 기소 전부터 공개적으로 "거짓에 근거한 기소"라고 주장하면서 지지 세력을 향해 시위에 나서라고 선동한 이력이 있다. 뉴욕시 경찰은 지지자들이 몰려든 트럼프타워 주변에 장벽을 세우고 맨해튼 법원 인근의 도로를 막는 등 '폭풍전야'에 대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춰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