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매화 개나리 등 일찍 꽃 피고, 봄이 사라졌다...전 세계 이상고온

입력
2023.04.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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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륙 이상고온 한반도에 영향
지난달 지구 온도 이전보다 1도 이상 높아
미국·한국 개화시기도 20여 일 빨라져

아직 봄의 초입이지만 여름처럼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벚꽃, 개나리, 매화 등의 개화시기도 예년보다 앞당겨졌다. 봄이 사라진 듯한 이상고온 현상은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빨라지고 뜨거워진 봄은 단순한 기온 변화를 넘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의 낮 기온은 15~27도로 평년(1991~2020년)보다 14~18도 높았다. 이날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20도를 넘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25도 넘은 곳도 많았다.

지난달 내내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지난달 31일엔 경기 양평의 낮 최고기온이 24.4도까지 올라 관측 이래 3월 기온 중 가장 높았다. 전남 순천과 완도의 기온이 25.3도까지 올랐고, 경남 양산은 26.6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25.1도까지 올라 3월 일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강원 영월은 27.6도를 기록했다.

최근 한반도의 기온상승은 전 세계적인 이상고온과 연결돼 있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최근 중국 내륙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가운데 편서풍을 통해 중국의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에 유입된 것이 높은 기온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주변에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햇볕에 의한 기온 상승 효과도 더해졌다.

이번 봄은 전 지구가 뜨겁다. 지난달 10일 전 지구의 일 평균 기온은 1979~2000년 평균에 비해 1.06도 높았다. 미국국립생물계절학네트워크에 따르면 올해 이상고온으로 미국 텍사스, 켄터키 등 동남부 주의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약 20일 빨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올해 벚꽃은 평년보다 최대 16일 일찍 개화했다. 서울은 지난달 25일 벚꽃이 피었는데 관측이 시작된 1922년 이래 두 번째로 빠르다. 배꽃과 사과꽃의 개화시기도 4월 중하순에서 10일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서는 지난달 21일 개나리가 피며 지난해에 비해 열흘 먼저 개화했다. 경북 포항에서는 보통 2~3월에 개화하는 매화가 지난 1월 27일에 꽃을 피웠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생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 식물이 극심한 일교차로 냉해를 입거나, 벌 등 수분매개 곤충이 활동하기 전에 꽃이 피면서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 상태로 계속될 경우 2041~2060년에는 봄꽃 개화시기가 2주 이상 앞당겨질 전망이다.

초여름 같은 날씨는 화요일인 4일까지 이어지다가 5일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다소 떨어지겠다. 황사의 영향으로 한동안 이어졌던 미세먼지 '매우나쁨' 상태는 대기 정체가 풀리면서 3일 이후 '좋음~보통'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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