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부터 전·월세를 계약하는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납세증명서와 선순위 임차인 정보를 무조건 제공해야 한다. 만약 제공한 정보가 추후 거짓으로 확인되면 세입자는 위약금 없이 바로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여러 건의 법 개정을 예고한 상황이다. 늦어도 올 하반기까진 차례로 관련 법안이 개정되는 만큼 앞으로 세입자 권리가 크게 높아질 걸로 예상된다.
이번엔 법 3조 7항이 개정돼 임대인의 정보 제시 의무가 신설됐다. 세금 등이 잔뜩 밀린 집주인이 고의로 세입자를 받아 전·월세보증금을 떼먹는 사기 행위를 사전에 막자는 취지다. 이 개정안은 정부가 법안을 공포하는 4월 중순부터 즉시 시행된다.
개정안 시행일부터 세입자와 계약하는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반드시 ①해당 주택의 선순위 확정일자 부여일·보증금과 같은 임대차 정보와 ②국세·지방세징수법에 따른 납세증명서를 세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①선순위 임차인 정보는 다주택자 집주인이 세 놓은 집에 들어갈 때 반드시 필요하다. 파산한 집주인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가장 먼저 밀린 세금(조세채권)을 갚고, 전·월세 계약 순서(선순위 채권·다가구주택 기준)대로 보증금이 분배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개정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내용도 고쳤다. 집주인이 제공한 정보가 추후 거짓으로 드러난 경우 세입자가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약정'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세입자는 계약 때 이 특약사항 동의란에 '브이(V)' 표시만 하면, 본인 권리를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에 임차권등기명령이 임대인에게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등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 규정은 법안 공포 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보증금을 못 받은 세입자는 임차권등기 후 기존 셋집에 대한 대항력을 갖춰야 다른 집으로 이사 갈 수 있는데, 지금은 집주인이 우편을 거부하거나 사망해 등기명령 송달이 안 되면 임차권등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10월부턴 집주인에게 고지서가 도달하지 않아도 바로 임차권등기가 이뤄진다. 보통 임차권등기 후 강제 경매로 가기 때문에 시간을 끌 목적으로 고의로 송달 회피한 집주인들은 되레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