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후속 작업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형 FBI'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고 수사기관의 권한을 조정하는 등 후속 입법을 마무리 짓고, 법무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도 바로잡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헌재 결정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발로 당장 5월 말로 활동이 종료되는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개최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사개특위는 지난해 8월 위원장, 간사 등 특위 구성을 위한 첫 회의가 열린 뒤 7개월간 한 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여야는 당초 1월까지였던 활동기간을 5월까지로 연장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은 그간 국민의힘의 회의 개최 거부 명분이었던 헌재 권한쟁의 심판이 마무리된 만큼, 조속히 회의를 열고 후속 작업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헌재 결정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강하다.
사개특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시행령을 통해 수사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사개특위에 동참할지 의문"이라며 "여당과 협의를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개특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중수청은 검찰 수사권 박탈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논의할 내용이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검수원복' 시행령도 관건이다. 법무부는 검찰청법에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규정한 점을 근거로 시행령에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을 수사 범위에 추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 개정 취지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한정한 것으로 시행령 폐기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선 국회법(98조의 2)에 따라 본회의를 거쳐 사실상 '법 위의 시행령'인 검찰청법 시행령에 대한 수정을 정부에 요구하거나 검찰청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만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구는 강제성이 없고, 법 개정에 나설 경우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여론전을 펴온 한 장관의 '정치적 책임'을 주장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오는 27일 법사위 현안보고에서 한 장관이 혼란을 조장한 정치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져오라며 벼르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울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장관은 권한도 자격도 없는 자가 권한쟁의 심판을 해 불필요한 행정행위를 한 책임을 지고 사퇴함이 마땅하다"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강제로 퇴장시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황운하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사퇴를 거부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탄핵 추진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에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내용의 법이 만들어졌을 때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책무"라며 "민주당은 입버릇처럼 탄핵을 말해왔는데, 탄핵이 발의되면 당당히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