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반려동물 학자 콜린 페이지가 2006년 제안해 만들어진 날로, 개 보호와 유기견 입양을 권장하자는 취지다.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전체 국민 4명 중 1명 수준인 1,448만 명. 국내에서도 반려견을 비롯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산업과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반면 정작 반려동물 안전에 대한 인식과 제도는 미흡하다. 차량 이동 시 안전조치 미흡이 대표적이다. 현재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영유아나 동물을 안고 운전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 위반 단속 건수가 2018년 566건에서 지난해 863건으로 증가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의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개정안은 동물과 자동차에 동승할 경우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해당 동물을 동물용 상자에 넣어 바닥에 내려놓거나, 동물용 안전띠 등을 사용해 좌석에 고정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위반자에게는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현행법상 운전자는 영유아와 동승하는 경우 유아보호용 장구를 장착한 뒤 안전띠를 매야 한다. 반면 동물에 대해선 별도로 안전조치 관련 규정이 없다. 이 의원은 "동승한 동물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안전운전에 방해를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교통안전과 동물 보호를 위해 적절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운전자와 반려동물 모두의 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관련 단체와 업체들이 개정안 발의 후 과도한 규제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주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안전조치 강화 필요성엔 공감한다"면서도 "오히려 켄넬(이동식 집) 등 이용 시 불안감을 보이는 동물들의 경우, 자가용에서까지 자율성 보장이 어려워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괄적으로 특정 안전장치를 의무화할 경우 반려동물과 이동할 권리 자체가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안전장치 의무가 없는데도 차량 동승을 꺼리는 경우는 지금도 많다. 반려견을 키우는 송지연(25)씨는 "(차량 동승 시) 엄청나게 토를 하고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인다"며 "병원 가는 게 아니면 되도록 차에 태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전용택시를 운영하는 멍타냥택시 관계자는 "일부 동물은 안전장치에 불편감, 심리적 불안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며 "획일적 방식만 고집하기보다는 이 부분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반려동물의 안전과 이동권을 동시에 보장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안전장치 이용이 어려운 반려동물의 경우 법안 심사 시 단서 조항을 달아 예외 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보완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보완 방향에 대해서도 동물 단체들과 상의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