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모 벤스케 전 감독 "서울시향 만의 스타일 생겼다"

입력
2023.03.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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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3년 임기 마치고 객원 지휘자로 서울시향 무대에
지난해 12월 낙상 부상서  회복 중… 의자에 앉아 지휘
24, 25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개정판
30, 31일 바이올린 협주곡 초연판 연주

"객원 지휘자는 이번 공연만 생각하면 되니 음악감독일 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당장 매주 사무국으로부터 100통의 이메일을 받아 답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서 지난해 말 임기 3년을 마친 핀란드 출신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70)가 이번에는 객원 지휘자로 서울시향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벤스케 전 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은 24, 2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 바티아슈빌리가 협연하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개정판, '카렐리아' 모음곡과 교향곡 6번을, 30, 31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엘리나 베헬레 협연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1904년 원전판과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벤스케 전 감독의 부임 기간에는 돌발 변수가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공연과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했고 지난해 12월 불의의 낙상 사고까지 당했다. 결국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를 못하고 임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는 한국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계획한 대편성의 곡은 연주할 수 없었지만 악단과 함께 많은 곡을 연주했다"며 "부임 전 6년간 음악감독이 없어 서울시향만의 스타일이랄 게 없었는데 내 임기 중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앙상블로 연주하게 된 진전이 있었다"고 지난 3년을 돌아봤다.

벤스케 전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제약을 아쉬워하면서도 지난해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작품을 담은 음반을 녹음해 발매한 것과 유럽 3개국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일을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윤이상 음반에 대해 "녹음을 주저하는 사람이 많아 한국의 교향악단이 왜 한국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고 녹음해야 하는가에 대해 설득해야 했다"며 "독창적인 그의 음악을 한국이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연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스케 전 감독은 스웨덴계 핀란드 작곡가인 시벨리우스 작품 해석이 뛰어난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시벨리우스는 나에게 가장 가까운 작곡가 중 한 명"이라며 교향곡 2번은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가는 방법을 그린 곡"으로, 교향곡 6번은 "첫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곡이라는 시벨리우스의 표현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연주 일정 중 특히 국내 초연인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원전판 연주가 눈에 띈다. 그는 "원전판과 개정판을 모두 감상함으로써 훌륭한 작곡가가 어떻게 작업했는지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엘리나 베헬레는 개정판보다 연주하기 더 어려운 원전판 연주를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연주자 중 한 명"이라고 추켜세웠다.

그의 12월 낙상은 골반과 오른쪽 어깨가 골절된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다행히 회복이 빨라 1월 말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휠체어에 앉아 지휘봉을 잡았고, 3주 전엔 처음으로 휠체어가 아닌 의자에 앉아 지휘했다. 이번 서울시향 연주회도 의자에 앉아 지휘한다.

벤스케 전 감독은 지난해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임기도 마쳤다. 그는 "올해 70세가 돼 인생 마지막 장에 들어섰고 직책이 없는 것이 좋아졌다"며 "객원 지휘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했던 데서 벗어나 연주자를 밀어붙이기보다 좋은 연주를 하도록 돕는 자상한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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