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 전쟁 시작" 중·러 편든 이란… '반서방 삼각축' 공고화

입력
2023.03.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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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새 동맹국들과 관계 강화 이어질 것" 
"중·러·이란, 새로운 '반미 악당 집단' 결성" 평가

이란 최고지도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건 미국"이라며 다시 한번 대미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란이 미국을 비난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하필 중국·러시아 정상회담에 발맞춰 미국에 대립각을 바짝 세웠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중러와 함께 '반(反)미·반서방' 노선을 걷겠다는 걸 공식화한 셈인데, 실제 이들 3국은 최근 들어 군사·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 "미국, '무기 판매 이익' 탓에 전쟁 안 끝낼 것"

21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마슈하드시에서 연설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동부로 확장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전 이후) 미국 무기 제조 회사들이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전쟁을 끝내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침략을 두고 "나토의 (러시아) 침공을 막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했던 러시아 논리를 사실상 그대로 수용하며 미국을 직격한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하메네이의 발언 시점이다. 이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한 날이었다. 중러 정상도 회담을 마친 뒤 "미국은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요구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이란이 '우리는 같은 편'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중러와 좀 더 밀착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하메네이는 "이란과 미국·유럽 등 서방의 관계가 점점 더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그 대신 이란은 다른 동맹국(중러)들을 찾아 관계를 100% 강화했고,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에흐산 칸두지 이란 경제장관도 러시아 관영 RIA통신 인터뷰에서 "이란은 평화적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군사 영역에도 확장되는 중-러-이란 '삼각축'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 이란은 군사 영역에서도 부쩍 손을 맞잡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아라비아해 오만만에서 '해상 안보 벨트-2023'으로 명명된 연합해상훈련이 대표적이다. 이들 3국의 해군은 훈련에서 함대 공동 기동과 주야간 함포 사격 연습을 실시했다. 특히 러시아는 최신 군함인 '고르시코프 제독함'도 파견했다.

이란의 중러 밀착 움직임이 노골화하자 서방은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이란 국방기술과학연구센터와 파라잔산업엔지니어링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 및 거래 금지' 조치를 취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 등에 무인항공기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 복수의 이란 군수기업에 대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미 외교가도 이들 3국의 '반서방 삼각축'에 경계심을 표하고 있다. 대니얼 드렌즈너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미국의 앞에 새로운 '리전 오브 둠(Legion of Doom)'이 결성됐다"고 진단했다. '리전 오브 둠'은 미국 DC코믹스 만화에 등장하는 악당 집단을 뜻한다. 드렌즈너 연구원은 "미국은 이들을 하나의 적으로 간주해 일괄 대응할 게 아니라, 균열을 노리는 정책으로 맞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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