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토트넘)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새로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과 만난 소회를 밝혔다. 두 사람은 나름대로 인연이 있다. 독일인인 클린스만 감독은 슈투트가르트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해 바이에른 뮌헨 등 자국 리그에서도 활약했으며, 손흥민도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레버쿠젠 등 독일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손흥민은 18세의 나이에 독일로 진출해 유창한 독일어 실력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선후배 사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1994~95년, 1998년 비교적 짧은 시간 토트넘에서 뛰었지만, 한 시즌 21골을 기록한 '골잡이'로서 토트넘의 레전드로 남아 있다. 손흥민 역시 지난 시즌 '득점왕' 자리에 올라 공격수로서 클린스만 감독과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토트넘 매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손흥민의 팬이다" 등 토트넘과 손흥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21일 오전 10시 경기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 전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클린스만 감독 체제 아래 첫 대표팀 소집, 3월 24일과 28일 친선전, 내년 아시안컵 대회 등에 대해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손흥민의 일문일답.
-2022 카타르 월드컵 끝나고 첫 소집인데.
▷보통은 월드컵이 여름에 진행되는데 겨울에 진행해 월드컵이 끝나고 다시 소집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기쁜 마음도 크지만 또 새로운 감독님과 발을 맞춰 볼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마음으로 들어왔다.
-클린스만 감독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특별한 얘기 나눈 시간보다는 감독님이 스케줄적인 부분들에 얘길 해 주셨고, 얼마나 자유시간을 주실지에 대해서 얘길 나눴다.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선 아직 특별히 나눈 얘긴 없다. 훈련을 차차 진행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많이 얘길 나눌 것 같다.
-클린스만 감독이 토트넘 선배인데.
▷되게 특별하다. 저희 구단에서도 선수 때 보신 분들도 있고, 직접 같이 구단 안에서 생활하셨던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감독님 평이 얼마나 좋은지 그쪽 구단에서 상당히 얘기를 많이 들었다. 감독님과는 길게 얘기하진 않았지만 짧은 얘길 통해서 얼마나 좋은 분이고, 얼마나 선수들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구단에서도 상당히 좋은 분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많이 기대가 됐던 것 같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기대하거나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한테 바란다기보다는 저희가 어떻게 감독님께 빨리 맞출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실 감독님이 어떤 옷을 입혀주냐에 따라서 선수들의 특성, 색깔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훈련을 하면서 감독님이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지 빨리 캐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저희가 감독님께 특별히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축구를 위해서 많이 신경 써주시고 그만큼 정보, 좋은 경험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저희 선수들한테 공유해 주시면 선수들에게 분명히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너무 많은 것을 바라기보다는 하루하루 차근차근 단추를 맞춰가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보통 오후에 하던 훈련을 오전으로 바꿨는데.
▷잠을 잘 못 자긴 하는 게 사실이다. 유럽에 있다가 한국에 오면 시차 적응하기 힘든 것 같은데, 여기 있다가 영국에 가는 것보다 영국에서 여기 오는 시차가 조금 더 힘들다.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 때도 오전 훈련을 가끔 진행했고 선수로서 개인적으로 오전 운동하는 거를 선호하는 편이라 저는 오전 운동하는 거 특별히 불만 없다. 잠이 부족하다 싶으면 오후에도 부족한 잠을 잘 수 있고, 또 컨디션 쪽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특별히 더 많아지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분명히 장·단점들이 존재한다. 저는 오전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선수들도 오전 운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친구들이 좀 많아서 이런 부분들은 충분히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클린스만 감독이 '1-0보다 4-3이 더 좋다'고 했는데 공격수로서 책임감 느끼나.
▷모든 선수들이 다 골을 넣고 싶어 하고, 많은 골을 넣고 경기를 이기고 싶어 하는 건 마찬가지 일 거다. 하지만 경기를 항상 이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어려웠고 매 순간 쉽지 않은 경기를 해 왔기 때문에 저도 매 순간 경기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어떻게 하면 팀을 도울 수 있을까, 어떤 찬스가 왔을 때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될까라는 생각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어제 (김)영권이 형도 얘기했다시피 저희가 4-0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면 4-0으로 이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그만큼 공격적인 축구, 화끈한 축구를 하시겠다고 했으니 저희 선수들이 잘 맞춰서 하겠다. 이런 부분들이 부담이라기보다는 서로서로 즐기면서 하겠다. (우리들은 각자) 선수들의 장점을 다 안다. 각자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는지. 호흡도 많이 맞춰봤고 경험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잘 살려서 감독님이 원하시는 공격적인 축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주장직 맡았나.
▷그런 아직 잘 모르겠다.
-클린스만 감독의 감독 시절을 찾아봤나.
▷아직 그러진 못했다. 사실 저는 감독님이 그 팀에 있었을 때는 그 팀에 맞춰서 분명히 플랜을 짜셨을 거라 생각하고, 저희 선수들은 감독님이 계셨던 팀들과는 다른 선수들이고,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감독님이 이런 축구를 하시나라기보다는 저희만의 축구가 감독님에게 어떻게 비칠지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그전에 계시던 다른 팀들에서 어떻게 플레이하셨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저희한테 어떤 플레이를, 색깔을 더 입혀주실지가 제가 볼 땐 더 중요하게 생각돼서 다른 건 특별히 찾아보진 않았던 것 같다.
-고참으로서 팀 분위기는 어떤가.
▷사실 어제저녁에 도착을 해서 팀 분위기가 좋다 나쁘다 할 것 없이 진짜 정신없이 잔 스케줄이었다. 선수들은 월드컵 끝나고 처음 소집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분명히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고, 월드컵의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로 인해서 좋은 경험하고 자신감을 얻은 친구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통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사안인 것 같다. 그 분위기에 취하지 않고, 또 이런 분위기를 저희가 할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분위기는 나쁘지 않고 좋은 것 같다.
-코치진이 유럽에 있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 같나.
▷저희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코치진이) 축구계에 오래 계시다 보니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조언 하나, 작은 정보 하나하나가 지금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저도 마찬가지고 좋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주저 없이 거침없이 가서 물어보기도 하고, 저런 상황에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한다면 분명히 저희한테 플러스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이런 부분들을 잘 인지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4년 전과 소감을 비교하자면.
▷비슷한 것 같다. 제가 감독님을 평가할 위치도 아니고 그때의 기분을 정확하게 기억하기도 힘들다. 다만 제가 여기 계신 분들한테 말씀드리고 싶은 건 감독님이 얼마나 같이 하실진 모르겠지만 저희도 벤투 감독님과 4년 동안 함께하면서 분명히 좋은 시간이 있었고 어려운 시간도 있었다. 흔들리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건 저희가 같이 믿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어차피 오랜 기간을 보고 선임을 한 거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4년이라는 기간 동안 매번 좋을 수는 없지만 분명히 안 좋은 시간에서 저희가 배우고 얻어내는 것들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흔들지 말고, 같이 똘똘 뭉쳐서 기자분들도 마찬가지고, 선수 스태프들도 다 같이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할 거 같다. 기분은 그때는 아시안게임 끝나고 기분이 좋았고 정확하게 어떤 마음으로 벤투 감독님을 맞이했는지 모르겠는데, 이번엔 냉정한 마음으로 월드컵이 끝났다 보니까 다음 월드컵은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는 과정이 될까 하는 이런 마음으로 감독님을 맞이한 것 같다.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했는데.
▷누구나 우승을 꿈꾸고 누구나 축구를 하다 보면 우승을 하기 위해서 싸운다. 저희에게 우승컵이 공짜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 동안 감독님도 많은 숙제를 가지고 계시고 또 많은 것들을 얻어내기 위해서 많이 연구, 공부도 하실 거다. 진짜 1년도 안 남은 시간 동안 선수들끼리 잘 준비해서 오랜 시간 동안 대한민국이 가지고 오지 못한 트로피를 가지고 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서도 오랜 시간 못 가져왔는데 저도 결승, 준결승까지 가봤고 또 8강에서도 떨어져 봤는데 이런 아픔들이 좋은 경험이 됐으면 한다. 이번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가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또 가게 되면 아시안컵 우승컵을 또다시 대한민국에 다시 가지고 오고 싶은 마음이 상당히 큰 꿈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