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 출신 변호사가 정명석 빼돌리기도···" '나는 신이다' PD의 소회

입력
2023.03.19 17:19
정명석 생일인 3월 16일 JMS 탈퇴자 모임에 올린 글
"법은 피해자들 편 아니었다"
"고소당하자 담당 경찰, 큰소리 내기도"

사이비 종교 실태를 고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조성현 PD가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 생일에 “불과 1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소회를 밝혔다.

조 PD는 16일 탈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가나안’에 ‘316을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JMS는 지난해까지 정명석 생일인 3월 16일을 ‘성자승천일’ 또는 ‘316 휴거 기념일’이라고 부르며 매년 성대한 행사를 치러왔다.

조 PD는 “‘사탄의 몸통’으로 불리던 김도형 교수님은 의인이 됐고, 정명석은 구속됐으며 ‘2인자’ 정조은은 정명석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는 “스스로 약자라고 여겨오지 않았던 제가, 사이비 종교 취재를 하는 동안만큼은 ‘나는 철저히 약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사이비 종교를 취재하며 절실히 느낀 점은 법은 절대 피해자들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찰서장 출신 변호사가 촬영팀 위치를 파악해 정명석을 체력단련실로 빼돌려 카메라를 피할 수 있게 했다”며 “한 종교단체로부터 고소를 당하자 경찰은 촬영팀에 큰소리를 내며,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도 했다.

조PD는 피해자들이 어렵게 낸 용기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며 다큐멘터리 제작의 공을 이들에게 돌렸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지난해 3월 16일이 눈에 선하다”며 “메이플이 스트레스 탓인지 극심한 복통을 호소해 기자회견을 취소하자고 했지만, 메이플은 ‘하나님도 저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존경심이 들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조PD는 “316은 더 이상 성자승천일이 아니다. 법조차도 지켜주지 않았던 여러분을 스스로 구해낸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작은 다큐 하나가 이렇게나 큰 변화의 불씨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을 평생 자랑스럽게 여기겠다. 여러분을 위해 계속 기도하겠다”고 글을 맺었다.

‘나는 신이다’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JMS 정명석,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을 집중 조명한 8부작 시리즈다. 3일 공개된 후 파장을 일으키며 다큐멘터리 최초로 넷플릭스 국내 인기 콘텐츠 1위에 등극했다. 정명석의 성폭행 혐의 재판 변호를 맡아왔던 법무법인 광장이 변호인 철회 신청서를 내는 계기가 됐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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