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조직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북한 대남공작 총괄기구인 '문화교류국' 통제 아래 윤석열 정권 퇴진과 반미·반정부 활동을 지시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15일 자통 총책 황모(60)씨와 자통 경남 서부지역 책임자 정모(44)씨 등 조직원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및 범죄단체활동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2021년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접선해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대중투쟁 전개' 등의 지령과 함께 공작금 7,000달러(약 900만 원)를 받고, 주기적으로 국내 정세를 북한에 보고했다. 정씨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충성결의문'을 작성해 전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작금은 확인된 것만 7,000달러"라며 추가 수사를 통해 공작금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자통을 "문화교류국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하위조직으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완수를 목표로 비밀리에 활동하는 범죄집단"으로 규정했다. 문화교류국은 간첩 침투 등의 방식으로 대한민국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하는 노동당 산하 기구다. 검찰은 황씨 등이 2018년 전후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쳤지만, 조직은 2012년 이전에 꾸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지령문 중에는 자통이 하부 조직원의 거주지 변경 상황을 파악하지 않거나 보고하지 않은 점을 엄중 질책하는 내용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하부조직의 설립 방법을 지시하고, 설립 행사를 진행하는 순서와 사회자까지 세세하게 지정하는 등 상하관계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자통 조직원들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문과 보고문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자통 조직원이 윤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보고하자, 북한 측이 낮아진 지지율을 기회로 대통령 퇴진 집회를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제2의 촛불국민대항쟁' 등 구체적 명칭과 개최 일시 및 진행 방법을 지시하면서, 정권퇴진 등 국내 여론에 편승하도록 활동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스테가노그라피'라는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통했다.
자통은 2019년 6월 보수 유튜브 채널 회원으로 위장 가입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댓글을 게시하도록 지시받는 등 댓글창과 국민청원 게시판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활동했다. 2021년 4월에는 야권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특정 인물이 부상하자 "극우보수단체를 사칭해 '대망론은 보수난립을 노린 여당의 술책'이라는 괴담을 유포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은 2016년부터 6년간 이들을 추적해왔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황씨 등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돌입했고, 지난달 17일 이들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의 9차례 출석 요구를 이들이 모두 거부하면서 대면 조사는 불발됐다. 검찰은 "소환조사 대신 물적 증거 분석에 수사력을 집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