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일대에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 2,700여 채를 보유한 건물주가 120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등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5부(부장 박성민)는 사기와 부동산 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실건물주 A(61)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또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공인중개사 B(46)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7월 A씨가 소유한 주택 세입자 161명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7,000만~1억2,000만 원씩 총 125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신이 소유한 주택 430채를 공인중개사 C(44)씨 등 3명의 명의로 소유권 보존 등기를 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A씨는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주택을 직접 건축했다. 건축 비용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준공 대출금으로, 대출 이자와 직원 급여 등 사업 비용은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했다. A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총 2,700여 채의 주택을 보유, '건축왕'으로 불리게 됐다.
A씨는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를 고용하고, 이들 명의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소유한 주택 중개를 전담하게 했다. 공인중개사들은 A씨에게 고용된 사실과 주택 실소유자가 A씨인 사실을 숨기고 청년, 신혼부부 등 피해자들에게 전세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뒤 급여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에 따른 성과급도 지급받았다.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으로 대출 이자와 직원 급여, 보증금 등을 돌려막기 하던 A씨가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1월부터 다수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으나 공인중개사 등은 이 같은 사정을 숨기고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공인중개사들은 보증금을 대신 갚아 준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해 임차인들을 안심시켰다. 경매가 시작된 주택 수는 지난달 기준 총 690가구에 이른다. 검찰은 "경매가 개시될 주택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송치한 공인중개사 2명과 중개보조원 1명 등 나머지 피의자 3명은 현재 구속 수사 중으로, 조만간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의 방편으로 전세계약 체결에만 열중해 다수의 서민 피해자를 양산한, 조직적 전세사기 범행이자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범죄"라며 "공범과 추가 피해자들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하고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공소 유지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