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골때녀' 좋은 기억... 연기도 하고 싶어요" [HI★인터뷰②]

입력
2023.03.14 07:30

'응답하라 1994'에서 배우 고아라(나정 역)가 직접 불러 화제가 됐던 '시작'. 이 노래는 90년대 말 수많은 여학생들의 노래방 애창곡으로 꼽힐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청량한 음색에 풋풋한 매력을 자랑했던 가수 박기영은 어느덧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1998년 데뷔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섭렵했던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달 20일엔 새 디지털 싱글 ‘꽃잎’을 발매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회상하며, 시간이 지나 홀로 남은 자신의 모습을 가슴 아프고 애절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린 곡이다. '꽃잎' 뮤직비디오에도 직접 출연한 박기영은 섬세한 연기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박기영은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도전을 꿈꾸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능이나 연기에도 욕심이 있다며 "예능 출연을 너무 안 해서 부를 생각을 안 하는 거 같다"면서 웃었다. "예전엔 우리 애가 너무 어려서 다른 걸 못했어요. 기회가 되면 하는데, 일부러 안 하는 건 아니거든요. 뮤지션 이미지가 강해서 오히려 저를 못 부르는 느낌이 들어요."

그는 SBS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에서도 활약한 바 있다. FC발라드림 주장을 맡았던 박기영은 축구를 전혀 모르는 데다 처음엔 감독으로 섭외한 줄 알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골때녀'에 엄마 역할을 하러 들어간 거에요. 당시에 발라드림 팀의 정체성을 보여줄 맏언니가 필요했거든요. 축구공을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왜 저를 부르나 싶었죠.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왔어요. 하하. 경기를 하다 보면 많은 일이 있는데 중재하러 다니기도 했죠."

40대인 그에게 축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달 반 동안 축구만 했고, 골키퍼를 맡게 됐다. 멤버들은 4월에 모였고, 7월에 그의 촬영은 끝났다. 당시 개인 레슨을 20회 끊어서 촬영을 마친 후에도 두세 번 레슨을 갔단다. 그때 발톱 양쪽이 빠지기도 했다. "'골때녀'는 너무 좋은 기억이에요. 감독님이랑 인맥도 쌓고 '버터플라이'도 같이 불렀죠. 노래를 잘하시더라고요. 제가 96학번인데 민서가 96년생이란 것도 놀랍죠. 하하. 애기들과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어요."

20년 넘게 뮤지션으로 지내왔지만 사실 박기영의 원래 꿈은 배우였다. 이번에 '꽃잎'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를 직접 할 만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했어요. 연극제 주연도 맡고 하다가 음악쪽으로 먼저 계약하면서 준비를 하게 된 거죠. 한 번은 영화 주연이 될 뻔 헀는데 그 당시 연애하던 분이 너무 싫어해서 포기했어요. 세월이 지나고 뮤지션 이미지가 강하게 굳었죠. 학창 시절 친구인 (박)은혜가 방송에 나가서 '기영이가 연기도 잘한다'고 얘기하기도 했었어요."

뮤지컬보단 연극이 좋고, 정극 연기도 꿈꾸고 있다는 박기영은 "김창완 선배처럼 음악을 하면서 연기 활동도 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연도 상관없어요. 엄청난 주조연 급으로 연기를 하겠단 것도 아니고 차근차근 밟아가고 싶거든요. 못된 팀장 역할도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하하. 연기할 때가 안 떨리고 재밌어요. 코로나 시국에 관객 없이 카메라 앞에서 무대도 해봤는데 처음엔 힘들었지만 익숙해지더라고요."

박기영은 보다 아름다운 삶을 살기를 원하고 있다. 오드리 헵번이나 김혜자처럼 봉사하는 삶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바라봤다. 자신은 음악으로 사람들을 치유하길 바란단다.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걸 경험하면 무한한 기쁨을 느껴요. 저는 계속 노래할 거고, 20년이 흐르면 일흔 살이 되면 50주년을 맞겠죠. 그땐 지금 같은 고음은 안 나오겠지만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면서 즐거움과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끝으로 그는 팬들에게도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댓글을 읽으며 행복감을 느껴요. 팬이 남긴 글 중에 '사느라 바빠서 내가 좋아했던 노래를 10년 동안 안 듣고 살았는데 이 언니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었네. 몰라서 죄송하다'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 하는 댓글도 있었고 '그 자리에 있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이야기도 너무나 힘이 됐어요. 존재 의미가 생긴달까요.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요."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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