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신형 '히트펌프'를 유럽의 공조(냉난방 및 환기) 전시회에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가스 수입과 사용을 줄이고 있는 유럽 각국이 정책적으로 히트펌프 설치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13~1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냉난방 공조 전시회 'ISH 2023'에 각각 489㎡(약 150평)짜리 부스를 차리고 고효율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전시에 나섰다.
두 회사 모두 이번 전시회에서 차세대 친환경 냉매로 꼽히는 'R290'을 적용한 히트펌프 신제품을 앞세웠다. LG전자는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을, 삼성전자는 'EHS 모노 R290'을 각각 공개했다. R290은 오존층 파괴지수(ODP)가 0, 지구온난화지수(GWP)가 3으로 기존에 쓰던 냉매 'R32'보다 더 환경친화적이다.
히트펌프는 기존 보일러를 대체하는 공조시스템으로, 공기나 땅, 물이 가진 열을 전기로 끌어오는 형태다. 냉난방과 보일러 대비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든다는 점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히트펌프 활용이 더 중요해졌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 수입 경로가 줄고 가격은 치솟으면서 히트펌프 난방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것이다.
대신 막대한 초기 설치 비용과 관리의 어려움 등이 발목을 잡는다. 프랑스와 폴란드 등에서는 히트펌프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해 확산을 돕고 있다. 독일도 친환경 냉난방 시스템 보급과 이에 적합한 주택 현대화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러시아 가스 수입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이유로 히트펌프를 약 1,000만 대 이상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지난해 히트펌프 판매량은 영국과 독일 등 유럽 21개 나라에서 300만 대를 넘었다. 2021년 대비 37% 늘어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한국 가전기업의 히트펌프도 덩달아 매출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가 공조사업을 하는 유럽 국가 중 3분의 2에서 히트펌프 매출이 2배로 뛰었고 '써마브이' 역시 지난해 유럽시장 매출이 2021년 대비 120%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