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독한 입'으로 미국 4대 은행, 하루새 시총 69조원 날렸다?

입력
2023.03.10 09:30
실리콘밸리 금융사 대규모 증권 매도
금리 오르자 채권↓탓… 은행주 폭락

미국의 4대 은행의 주가가 9일(현지시간) 무너져 내렸다.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20달러(약 68조6,000억 원) 이상 증발했다. 주가 폭락의 직접적인 이유는 대규모 증권 매각을 발표한 실리콘밸리의 한 금융회사지만, 불씨를 댕긴 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발(發) '금리 인상 공포'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날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는 6.2%, 하락했고, JP모건은 5.4%, 씨티그룹은 4.1% 급락했다. 지역 은행들의 주가는 10% 이상 폭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금융 부문은 6% 떨어졌는데, 이는 팬데믹 초기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주가 급락은 실리콘밸리은행의 지주회사 SVB파이낸셜이 현금 마련을 위해 매도가능증권 대부분을 팔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지난 1년 동안 이들 보유 자산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SVB파이낸셜은 매각으로 1분기에 18억 달러 규모의 세후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이후 SVB파이낸셜 주가는 60% 이상 폭락했다.

FT는 또 "SVB파이낸셜의 증권 매각은 다른 미국 은행의 막대한 채권 포트폴리오에 숨은 '위험'에 관심을 갖게 했다"고 짚었다. 미국 국채를 포함해 많은 채권을 소유한 은행들은 막대한 미실현 손실을 안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미국 은행업계는 보유 증권에서 총 6,200억 달러 이상의 미실현 손실을 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전이었던 1년 전에는 불과 80억 달러에 불과했다. 미실현 손실은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3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예고하자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 것으로 보인다. WSJ은 "목요일의 패배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연준의 공격적인 캠페인의 또 다른 결과"라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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