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바레(파이팅)", “곤니찌와(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5일 오전 9시쯤 일본 규슈 사가현 다케오시 다케오온천역 앞 광장. ‘규슈올레 워킹페스티벌 2023’에 참가하려는 일본과 한국 도보여행객들이 모여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배낭에 제주올레와 규슈올레 상징인 ‘간세’ 인형과 올레 배지를 단 올레꾼부터 아이와 손잡고 나온 아빠, 애완견 목줄을 잡은 중년 여성, 그리고 한국에서 온 제주올레 관계자 등 800여 명이 뒤섞여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규슈 내 18개 코스가 위치한 8개 지역들로 구성된 '규슈올레 선정지역협의회'와 규슈관광기구가 규슈올레 탄생 11주년을 맞아 함께 준비한 걷기축제가 지난 4일부터 개막했다. 규슈 8개 지역 올레가 전부 모여 축제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가 진행된 다케오 코스는 2012년 2월 일본 최초로 지정된 규슈올레의 첫 번째 코스라 의미를 더했다. 다케오온천역을 시작으로 기묘지 절, 이케노우치 호수를 지나 산악산책로, 다케오신사와 수령이 약 3,000년이 된 거대한 녹나무 등 여러 관광 명소를 거쳐 종점인 다케오온천의 랜드마크인 오래된 누문까지 약 14.5㎞ 코스다.
앞서 전날에는 규슈 나가사키현 북부에 위치한 마쓰우라시에서 규슈올레 18번째 코스인 마쓰우라‧후쿠시마 코스가 개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처음 문을 연 코스다. 이날 개장식에는 지역 주민과 제주올레 관계자, 도보여행객 600여 명이 약 10㎞ 거리의 코스를 함께 걸었다. 해당 코스에는 벚꽃으로 유명한 오야마공원과 폐교됐지만 영화 촬영지로 인기가 높은 옛 요겐초등학교, 지역 특산물 멸치 등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나베구시어항, 풍광이 손꼽히는 도야 다랑이논 등을 거친다.
규슈올레는 웅대한 자연과 수많은 온천을 가지고 있는 규슈의 문화와 역사를 오감으로 즐기며 걷는 코스다. 제주올레에서 코스 개발 자문과 심사, 브랜드 사용, 표식 디자인 등을 제공했다. 로고도 제주올레의 간세(조랑말)를 그대로 사용한다. 제주올레에서와 같이 간세와 화살표, 리본을 따라서 길을 걸으면 된다. 규슈올레 코스는 총 18개로, 제주올레처럼 코스가 모두 연결되지 않고 규슈지역 8개의 현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지난 11년간 규슈올레 방문자 수는 모두 53만5,000명으로, 한국 도보여행객들도 자주 찾고 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규슈올레는 제주올레 브랜드가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해 만든 트레킹 코스로, 제주올레가 길을 만들고 가꾸며 차곡차곡 쌓아온 노하우를 전수해 탄생시킨 '자매의 길'”이라며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규슈올레에도 많은 사람들의 얘기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