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2020년 지방자치단체에서 모범음식점 육성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식품진흥기금을 통해 2,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이 자금은 예상치 못한 '족쇄'가 됐다. 융자를 받은 식당이 연 5% 이상 음식 가격을 올릴 경우 전액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달까지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하면서 최소 3,000~5,000원 올려야 하는 메뉴 가격을 2,000원만 올렸다. A씨는 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처음에는 재룟값이 2년 새 이렇게 많이 뛸 줄 상상도 못했다"며 "낮은 이자율 때문에 받았던 융자가 오히려 마진을 깎아먹는 꼴"이라고 말했다.
식품진흥기금 융자를 받은 음식점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규정이 정부 권고로 올해 중 개선된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이 같은 규정을 유지해 고물가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이날 전국 243개 지자체의 '식품진흥기금 운영 조례 시행규칙'에 관련 규정이 있는 지자체에 규정 삭제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옴부즈만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자체의 식품진흥기금 운영 조례 시행규칙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같은 규정을 유지하고 있는 지자체는 총 8개다.
이 중 4개 지자체는 연내 해당 규정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개 지자체는 장기적으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두 곳은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모범음식점이 식품진흥기금으로 자금을 융자받을 경우 융자 당시 가격보다 연 5% 이상 음식 가격을 인상하면 융자금을 전액 상환해야 한다. 자영업자가 저금리 대출을 유지하려면 물가에 상관없이 음식 가격을 올리지 않거나, 가격을 올리고 융자금을 전액 상환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문제는 재룟값 인상 등 고물가 현상이 계속되며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였으며 채솟값 등 일부 식재료 상승률은 7.4%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 물가는 5~6%대 상승률을 보였고 올해 물가상승률 역시 3%대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재난 및 경제 비상상황에서 일부 조례규정이 자영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금리 관련 규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권고해 나갈 예정이다. 박주봉 옴부즈만은 "고물가 시대에 요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