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현대차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대형 세단이자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더욱 발전된 기술 요소를 가득 채우고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디 올 뉴 그랜저’라 명명된 새로운 그랜저는 초대 그랜저, 즉 ‘각 그랜저’의 등장 이후 6세대 그랜저에 이르는 ‘역사’를 이어가는 존재다. 그리고 이러한 존재의 의미 외에도 몇 세대 전부터 이름에 비해 가볍게 다뤄진 ‘그랜저’의 이름에 무게를 더하는 변화인 만큼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현대차 세단 라인업의 방점, 그랜저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선사할까?
새로운 그랜저는 말 그대로 거대한 체격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브랜드가 밝힌 제원에 따르면 5,035mm에 이르는 긴 전장을 갖췄을 뿐 아니라 각각 1,880mm와 1,460mm의 전폭과 전고를 통해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2,895mm의 휠베이스는 더욱 넉넉해진 공간을 예고한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캘리그래피’ 사양이며 공차중량은 1,730kg(20인치, 2WD 사양)이다.
현대차의 미래를 담은 대형 세단
제네시스는 ‘두 줄의 빛’이 돋보였다. 그리고 현대차는 ‘한 줄의 빛’을 앞세워 브랜드의 새로운 얼굴을 구성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차량들을 보고 있자면 이러한 ‘한 줄의 빛’이 더욱 명료히 반짝인다.
새로운 그랜저 역시 같다. 실제 그랜저의 전면에는 앞서 등장했던 스타리아와 유사한 미래적인 디자인, 그리고 한 줄의 빛이 중심을 잡는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 속에서는 어쩌면 가장 그랜저다운 1세대 그랜저, 일명 ‘각그랜저’의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측면에서는 긴 전장과 휠베이스가 시선을 끈다. 특히 큼직하고, 길게 그려진 창문이 ‘여유’를 강조한다. 더불어 더욱 화려하게 다듬어진 ‘캘리그래피’의 디테일 및 20인치 휠 등이 더욱 고급스럽고 독특한 매력을 드러내 ‘새로운 차량에 대한 만족감’을 더한다.
후면 역시 전면의 디자인 같이 슬림한 라인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더하고, 유려하게 다듬어진 차체를 통해 완성도를 더한다. 특히 차체의 볼륨감을 더하는 디자인 연출을 통해 보다 화려한 매력을 드러낸다.
참고로 이러한 그랜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디자인 및 구성과 별개로 일본 내수 시장의 플래그십 세단 중 최정점으로 평가 받는 ‘센추리(Toyota Century)’를 마주하는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과거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다
그랜저의 실내 공간은 과거의 디자인을 복기하고, 현재의 기술로 브랜드의 미래를 제시한다.
가로로 길게 그려진 대시보드, 그리고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이 시각적인 매력을 더한다. 여기에 세단 라인업의 방점을 찍는 존재에 적합한 고급스러운 소재, 그리고 정교한 연출 등이 더해져 ‘차량의 가치’를 더한다.
이와 함께 각종 기능 및 설정 버튼 등을 직관적으로 구성한 인터페이스 등은 ‘그랜저의 주 고객’이 될 중, 장년층을 명확히 겨냥하는 모습이다.
또 초대 그랜저에서 볼 수 있던 스티어링 휠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그려낸 독특한 스티어링 휠과 스티어링 휠 뒤쪽으로 자리를 옮긴 기어 레버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그릇에 담는다.
더불어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에는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기능을 제공해 ‘차량의 기능적 가치’를 더한다. 참고로 사운드 시스템은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자리한다.
세대 교체를 거치며 한층 커진 체격을 가진 그랜저는 실내 공간의 여유 역시 만족감을 더한다. 1열 공간은 물론이고 2열 공간 모두에 고급스럽고 정교하게 제작된 시트가 마련되어 탑승자의 여유를 더한다.
풍부한 방음 대책, 더불어 여기에 최대 8도까지 눕혀지는 2열시트 리클라이닝 기능과 뒷좌석 전동식 도어 커튼을 적용해 공간 가치를 더한다. 또 운전석 릴렉스 컴포트 시트 역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더불어 적재 공간도 준수하다. 쾌적한, 혹은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은 아니지만 깔끔히 다듬어진 공간은 충분한 여유를 제시한다. 덕분에 골프백, 여행용 캐리어 등 다채로운 짐을 능숙히 수용한다. 덕분에 ‘대형 세단’에 걸맞은 활용성을 제시한다.
V6 엔진을 품은 그랜저
현대차는 그랜저에 다채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오늘의 시승 차량에는 V6 파워 유닛이 자리한다.
V6 3.5L 스마트스트림 G 엔진은 ‘출력’에 집중한 엔진은 아니다. 그래도 최고 출력 300마력과 36.6kg.m의 토크는 ‘통상적인 수준’을 충족시킨다. 그리고 8단 자동 변속기, 전륜구동(AWD 선택 사양)이 조합된다.
이를 바탕으로 그랜저는 만족스러운 주행 성능을 구현한다. 더불어 주행 효율성은 복합 기준 9.7km/L(도심 8.3km/L 고속 12.2km/L, 20인치 휠 타이어 기준)으로 준수한 모습이다.
그랜저답게 다듬어진 대형 세단
그랜저의 외형, 그리고 실내 공간을 둘러본 후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고급스러운 시트와 특별한 스티어링 휠, 그리고 직관적이며 기술적인 여러 요소들이 독특한 감성을 자아낸다.
또한 정숙한 매력을 드러내며 대형 세단의 가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다만 여전히 ‘다소 높은 시트 포지션’은 약간의 타협이 필요하고 파노라마 선루프의 위치를 조금 더 앞으로 옮기면 좋을 것 같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그랜저의 보닛 아래에 자리한 V6 엔진은 300마력과 36.6kg.m의 토크를 낸다. 이러한 성능은 V6 엔진으로는 강력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상에서의 만족스러운, 그리고 쾌적한 주행을 보장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실제 그랜저의 발진 가속, 추월 가속 등 모든 부분에서 운전자와 탑승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더불어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고속 주행에서의 ‘여유’ 역시 확실히 느낄 수 있어 차량의 매력이 더욱 도드라졌다.
다만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RPM을 끌어 올릴 때, 엔진의 질감은 다소 거칠게 피어나 이러한 부분만 조금 더 다듬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엔진에 합을 맞추는 8단 자동 변속기는 말 그대로 ‘평이한 모습’이다. 기본적인 변속 속도나 변속 상황에서의 질감 등 전반적으로 ‘부족함’이 도드라지는 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됐다.
게다가 시프트 패들을 통한 적극적인 수동 조작도 가능해 ‘상황에 따른 대응’ 역시 능숙하다. 다만 공간의 여유를 더하고, 간결하게 구성된 기어 레버의 조작은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번 그랜저의 첫 감상은 ‘진짜 그랜저의 부활’이었다.
사실 그랜저 TG 이후의 그랜저들은 어딘가 모르게 ‘가벼운 존재’로 여겨졌으나, 새로운 그랜저는 ‘그랜저의 무게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단순히 화려한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게 아니라 주행에서도 ‘급에 맞는 모습’을 꾸준히 이어간다.
실제 차량의 체격이 무척이나 긴 편이지만 그 어떤 운전자라도 손쉽게 다룰 수 있는 ‘경쾌함’을 갖췄다. 게다가 앞서 설명한 우수한 정숙성, 그리고 그에 걸맞은 쾌적한 주행 질감이 주행 내내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또한 각종 주행 상황에서 마주하는 여러 노면 상황에서 무척 능숙히 대응한다. 과거에 비해 한층 탄탄한 차체의 질감이 느껴지지만 여기에 제법 능숙히 효율하는 서스펜션이 합을 이루며 ‘준수한 승차감’을 주행 끝까지 유지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시승하며 마주했던 도심의 도로, 간선도로와 고속도로 그리고 지방의 도로 등에서도 큰 아쉬움 없는 ‘보편적으로 높은 만족감’을 꾸준히 이어가며 대형 세단의 가치를 명료히 드러냈다.
물론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큰 충격에는 능숙히 대응하지 못하고 간혹 실내 공간으로 충격을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크지 않아 ‘새로운 그랜저’의 가치를 매력을 훼손하지는 않는 정도라 충분히 감안할수 있다.
한편 새로운 그랜저는 ‘새로운 차량’의 가치라 할 수 있는 각종 기술 요소의 매력을 과시한다. 주행 편의 사양은 물론이고 각종 안전 사양, 그리고 여러 ‘기술적 디테일’ 등이 주행 내내 존재감을 드러내며 차량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좋은점: 선명히 드러나는 대형 세단의 가치, 최신 기술의 가치
아쉬운점: 호불호가 갈릴 디자인, 1열 시트 높이와 좁은 헤드룸
권할 수 있는 그랜저, 디 올 뉴 그랜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금까지의 어느 순간부터 그랜저는 괜찮은 세단이지만 ‘그 이름에 비해 아쉬운 존재’로 생각됐다. 그렇기에 비슷한 가격대에서 수입차와 다른 ‘대체자’를 찾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그랜저는 사뭇 다르다. 그랜저의 격에 맞는, 그리고 그랜저의 가치를 되찾은 모습이다. 다만 ‘낯설게 느껴지는 디자인’은 누군가에게 장벽이 될 우려는 있을 것 같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