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 새 환경부는 굵직한 국토개발사업 2건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다. 지난달 27일엔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에, 이달 6일엔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모두 10년 이상 표류한 사업들인데, 정권 교체 이후 환경영향평가가 뒤집히면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도민회의)는 성명을 내어 "조건부 동의는 객관적 진술과 과학적 결론을 부정한 환경부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가 스스로 환경영향평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를 허가(동의)하는 데 명확한 기준은 없다. 법정보호종에 대해서도 그렇다. 설악산엔 산양이, 성산읍엔 맹꽁이가 산다. 두 사업 모두 이들 법정보호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원주환경청은 양양군에 "서식지 기능 향상 방안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환경부는 국토부에 "영향 저감 방안을 철저히 강구"하는 조건으로 각각 사업을 허가해줬다. 그러면서도 세부적인 보호 방안이 무엇인지, 그 방안이 실현 가능한지, 이를 어겼을 때 어떻게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신수연 녹색연합 해양생태팀장은 "개발을 위해 법정보호종 서식지를 옮긴다는 것이 가능한지,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저감 방안을 마련하라는 말을 허가 구실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 조사 주체가 사업자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사업을 하려는 자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업자가 서식 생물이나 자연 지형 등을 1차로 조사하고, 사업에 승인이 필요할 경우 승인 기관이 조사할 수 있다. 제주 제2공항은 사업자가 한국공항공사이지만 공항 건설 승인기관인 국토부가 조사했다. 이 조사 보고서를 전문 검토기관이 평가하고, 환경부는 검토기관 의견을 참조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사업자는 사업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 가치를 저평가하기 마련"이라며 "조사 범위나 방법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완 절차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은 평가 초반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지만, 정작 최종안(본안)에 대해서는 주민 협의 절차를 명시하지 않았다. 초안 협의 후 말로만 "반영하겠다"고 해도 주민들이 대응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번 제2공항 본안 평가도 국토부와 환경부, 전문 기관 사이에서만 이뤄졌다. 이날 결과 발표 전 오영훈 제주지사마저 "(정부가)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아 속상하다"고 했을 정도다. 2021년 제주기자협회 등이 실시한 제주도민 2,000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2공항 반대 51.1%, 찬성 43.8%로 반대 의견이 약간 우세하다.
결국 과학적 객관성보다는 정권 입김에 따라 결과가 도출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정도 도민회의 정책팀장은 "2021년 7월 환경부가 평가서를 반려했을 때나 지금이나 제주는 똑같다. 달라진 건 정권뿐"이라고 했다. 두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환경부는 "환경 측면에서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이 사업 전체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닌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