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징용 피해 소송 대리인단 “강제동원 관련 없는 ‘장학재단’은 물타기”

입력
2023.03.06 11:30
강제징용 피해 소송 대리인단 임재성 변호사
"사과도, 1엔도 없는데 어떻게 받아들이냐"
"피해자들이 30년 쌓아 온 판결 사라질 위기"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과 관련, 금일 발표될 예정인 우리 정부 측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피해자들이 재판에서 이겼음에도 한국 기업들이 낸 돈으로 일본 기업의 채무를 면책시켜 주는 데다, 강제징용과 아무 관련도 없는 장학재단으로 물타기까지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서다


“한국 기업 돈으로 일본 채무 면책”

강제징용 피해 소송 대리인단의 임재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6일 CBS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임 변호사는 정부가 오늘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 “순전히 한국 기업들만의 돈으로 소송에서 진 일본 기업의 채무를 면책시켜 주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이 아무런 부담도 책임도 지지 않고 판결에서 진 자국 기업들을 면책시켰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외교적으로 승리한 날이 오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피해 배상을 시작하지만 향후 일본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임 변호사는 “이미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돈으로 피해자들 채권을 다 없앴는데 왜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라고 이름까지 붙여진 곳에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겠느냐”며 “(정부 입장은) 전혀 의미가 없는 이야기를 보도용으로 혹은 자신의 실태를 감추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장학재단은 논의된 적도 없던 안”

한일 양국의 재계 대표 단체인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이 공동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청년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도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저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문제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강제동원 문제를 해오면서 외교부와 오랫동안 소통을 해왔지만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전 정부까지 단 한번도 논의된 적이 없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장학재단 설립안이 나온 데 대해 그는 “(일본이) ‘강제동원과 관련해서는 1엔도 낼 수 없다’(고 하니) 한국 측에서는 이대로 안을 발표할 수 없으니 ‘해줄 수 있는 게 뭐냐’(고 했고, 일본이) ‘강제동원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곳이라면 돈을 내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다른 쪽에 북을 때리면서 자신들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국민 10명 중 6명 “일본 사과가 먼저”


반대 여론도 큰 상황이다. 임 변호사는 “사과도, 1엔도 없는데 어떻게 받아들이냐”며 “판결에서 이긴 사람은 한국 피해자”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법원은 2018년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이 같은 방식의 ‘해법’을 감행하는 데 대해 “(정부가) 외교적 성과로 포장하고 ‘전 정권에서 파탄 났던 한일관계를 정상화시켰다’는 수사 같은 것들을 트로피처럼 안아 갈 것”이라며 “하지만 피해자들이 20년 넘게, 30년 가까이 쌓아 왔던 판결은 이렇게 없어지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반대 여론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뉴스1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이달 3, 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2%가 "일본의 사과 등 과거사 규명이 전제돼야"한다고 답했다. 반면 "한일관계 개선이 먼저"라고 답한 비율은 30.9%뿐이었다.

피해자 단체의 반발도 거셀 전망이다. 피해자 단체는 6일 오후 서울과 광주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며, 서울시청 광장에서 매주 촛불시위도 열 계획이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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