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1일(현지시간) 차세대 전기차 조립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러나 외부에서 크게 기대하던 '반값 자동차'에 대한 구체적 발표는 없었다. 당초 시장에선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 1위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가격을 확 낮춘 신차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으며 테슬라 주가는 급락했다.
테슬라는 이날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기가팩토리(테슬라의 전기차 공장)에서 '투자자의 날' 행사를 열었다. 테슬라 주주들에게 장기 비전을 공개하는 자리다.
테슬라는 행사에서 '2030년 연 2,000만 대 생산'이란 목표를 재확인했다. 테슬라의 작년 생산량이 137만 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7년에 걸쳐 생산 능력을 14배 넘게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멕시코 몬테레이 쪽에 다음 기가팩토리를 세울 것"이라고 했다. 전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진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몬테레이 공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 독일 베를린, 중국 상하이에 이은 다섯번째 기가팩토리가 된다. 테슬라는 몬테레이 공장 건설에 50억 달러(약 6조5,70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며, 완공 후엔 이곳에서만 연간 350만 대의 차량이 생산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에 차량 제조 공정을 효율화한 '언박스 프로세스'(Unboxed prosess)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조립 라인에서 모든 부품을 하나씩 얹고 합치던 방식에서, 차량 파트 별로 부품을 먼저 조립한 뒤 각 파트를 한 번에 합치는 방식으로 공정을 단순화하는 식이다. 새 조립 공정을 도입하면 제조 인력은 40%, 제조에 드는 공간과 시간은 3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테슬라는 기대했다. 라스 모래비 테슬라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차세대 모델의 조립 비용은 모델3나 모델Y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이른바 '반값 전기차' 얘기는 없었다.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연내 출시하겠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머스크는 2020년 2만5,000달러짜리 신차 출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이후 3년 째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해 초까지 테슬라 차량 가격은 꾸준히 올랐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 비야디(BYD)에 쫓기는 상황이 됐다.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행사였음에도 정작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보급형 신차에 대한 발표가 빠지면서, 이날 테슬라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66%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