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국내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 사내 온라인 소통 채널 '엔톡'에 짧은 글이 하나 올라왔다. 엔톡은 전 세계에서 일하는 이 회사 3만3,000여 직원들이 최고경영자(CEO)에게 궁금한 점을 묻거나 건의 사항을 올리고 업무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내는 일종의 '직통 채널'이다. 이곳에 직접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권영수 CEO(부회장)는 다음 날 해당 게시글에도 "매우 중요한 제안입니다. 검토할게요"라고 화답했다.
이후 회사는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오창 공장 이름을 변경하는 것을 놓고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게시글을 올린 직원뿐 아니라 여러 구성원들이 '오창 공장만의 의미와 역할을 설명할 수 있는 특별한 이름이 필요하다'며 공감했다고 한다. 그렇게 정해진 이름은 '오창 에너지플랜트'. '친환경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이라는 뜻이다.
실제 2004년 준공한 오창 에너지플랜트는 이 회사의 대표 배터리 제조 공장이다. 이곳엔 5,0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시스템(ESS),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등 여러 분야에 쓰이는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18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기차 약 22만 대에 들어가는 규모다.
특히 오창 에너지플랜트 안에 구축 중인 팩토리 모니터링 컨트롤센터(FMCC)는 이 회사의 제품 개발과 제조의 중심이 되는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역할을 하게 된다. FMCC에는 전 세계 생산라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데이터화하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사람의 경험보다 수백 배 정확한 센서를 활용해 설비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오창 에너지플랜트는 이 시스템을 만드는 핵심기지 역할을 한다.
회사 측은 "CEO가 직통 채널을 통해 한 구성원의 제안에 즉각 화답한 사례"라며 "앞으로 글로벌 배터리 생산의 허브 역할을 부각하는 새 이름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