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무기 제조 직전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 입자를 보유한 사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파악했다. 핵무기 개발 속도를 끌어올린 결과,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2주 만에 핵폭탄 1기 분량의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 도달했다는 미국의 진단도 나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IAEA는 최근 회원국들에 배포한 기밀 보고서에 "이란 우라늄 농축시설인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농도 83.7%에 이르는 '고농축 우라늄 입자'가 발견됐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실제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우라늄 농도가 90%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파악한 우라늄 입자는 농축도만 따질 때 거의 '무기급' 수준인 셈이다.
이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박차를 가한 결과로 보인다. 이란은 2015년 미국 등 서방과 체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우라늄을 3.67% 이상 농축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합의는 무용지물이 됐다. 지난해 IAEA의 1분기 보고서 때만 해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은 60% 정도였는데 1년 만에 농축도가 급상승한 것이다. AP통신은 "농축도가 84%에 달하는 우라늄은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핵폭탄 하나를 (곧) 생산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했다.
미국도 극도의 경계심을 표출했다.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이란이 핵폭탄 1기 분량의 핵분열 물질을 만드는 데 약 12일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JCPOA 파기 당시만 해도 1년이 걸렸던 일"이라며 "이란 핵 프로그램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는 이란이 핵분열 물질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이전부터 추정해 왔지만, 이번 발언만큼 구체적인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일단 '핵무기 개발' 의혹에 선을 그었다. 특히 순도 60%가 넘는 우라늄을 고의로 농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IAEA에 "핵시설 내 고속 원심분리기를 연결하는 설비인 캐스케이드 작동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농축 수준이 변동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IAEA는 "명확한 경위 규명을 위해 이란과 논의 중"이라며 "향후 검증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