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떨어지면서 정부가 쏟아부은 280조 원(저출산 대책 예산)이 무용지물이란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로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 수준이라며 "더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따르면 보건복지포럼 1월호에서 이소영 보사연 인구정책기획단장은 "정부가 2016~2021년 280조 원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인구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더욱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이 정부에 더 적극적인 예산 투입을 주문한 건 출산율을 끌어올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관련 예산이 여전히 적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12.2%였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프랑스(31%), 독일(25.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GDP 중 가족 관련 지출 비중의 경우 한국은 2018년 기준 1.2%로, 역시 프랑스(2.9%), 독일(2.3%)의 절반 수준이었다.
보사연의 '사회정책 성과 및 동향 분석 기초연구'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OECD 최하위권이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12%), 칠레(11.4%), 멕시코(7.5%) 세 나라뿐이었다. GDP가 아닌 정부지출 대비 공공사회복지비 비중은 34.5%로, 역시 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낮았다. 1인당 공공사회복지비 액수도 4,566달러(약 601만 원)로 일곱 번째로 낮았고, OECD 평균 9,158달러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국은행도 2019년 발간한 '유럽 주요국의 출산율 안정화 정책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이 적다"고 지적했었다. 한국은행은 당시 출산율이 저점을 찍고 반등한 프랑스와 스웨덴의 사례를 들며 두 나라가 가족 관련 공공지출 비중을 높인 점에 주목했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각각 1993년 1.73명, 1998년 1.50명으로 저점을 찍은 뒤 정부의 과감한 가족 정책으로 출산율이 높아졌다.
2015년 기준 GDP 대비 가족 관련 지출액은 스웨덴이 3%대 중반이었고, 프랑스는 3%대에 근접했는데, OECD 평균 1.9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자녀가 있는 가정을 위한 과감한 주거 안정 지원책도 도움이 됐다. 2014년 프랑스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은 25%였지만, 정부 지원 덕에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5% 미만이었다. 보고서는 "유럽 고출산국들의 출산율 안정화에는 정부 정책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