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우승 기뻐한 '원조 포켓퀸' 김가영 "서아가 언제고 해낼 줄 알았죠”

입력
2023.03.01 07:00
국제대회 30회 이상 우승한 포켓볼 레전드
'17세 유망주' 서서아 키운 장본인
2일 개막 월드챔피언십 출격 2연패ㆍ최다승 도전


차세대 ‘포켓퀸’ 서서아(21·전남당구연맹)의 행보에 당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서서아는 지난달 28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23 ALFA 라스베이거스 여자 10볼 오픈에서 호주의 멍 시아헝을 세트스코어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월 세계 여자 9볼 선수권대회에서 김가영(하나카드)의 금메달 이후 11년 만에 입상(공동 3위)을 하더니 마침내 세계 챔피언의 꿈을 이루면서 '서서아 시대'를 열고 있다.

서서아의 우승 소식을 누구보다 반긴 이는 다름 아닌 원조 포켓퀸이자 서서아의 스승인 김가영이다. 김가영은 본보와 통화에서 "당연히 좋죠"라는 말로 제자의 쾌거를 반기면서 "우승은 무조건 할 줄 알았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외국 무대 경험을 못 쌓아 아쉬웠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김가영에게 서서아는 후계자 이상의 애틋한 제자다. 그는 수년 전 자신의 이름을 건 포켓볼아카데미를 열어 후진을 양성했다. 그 중 전남 광주에서 고교 1학년 중퇴 후 혈혈단신 상경해 롤모델이라며 찾아 온 서서아를 끼고 가르쳤다. 김가영은 정작 LPBA로 이적한 직후여서 틈틈이 3쿠션 연습을 병행하면서 당구 문하생과 같던 서서아에게 열과 성을 다했다. 서서아는 김가영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우상의 모든 것을 흡수하려 했다.

그만큼 서서아에게 김가영은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LPAB 최다승(5승)에 빛나는 3쿠션 최강이기 전에 김가영은 포켓볼로 떠오른 월드 스타다. 세계선수권에서만 세 차례 우승(2004ㆍ2006ㆍ2012년)을 했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30회 이상 정상에 올랐다. 2006년에는 국내 당구선수 사상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고, 2015년엔 여자 포켓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도 완성했다.

김가영은 "내 경험상 서아도 본격적으로 해외 생활을 하면 문화적으로, 환경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지금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경기 외적으로 여러 조언과 도움을 주려 한다"고 전했다.

제자의 기쁜 소식을 등에 업고 김가영도 2일부터 LPBA 시즌 최종전인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상금랭킹 상위 32명만 출전하는 왕중왕전이다. 김가영은 이 대회 디펜딩챔피언으로 우승을 차지하면 임정숙(5승)을 제치고 통산 최다승을 달성한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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